침신대 유정모 박사
침신대 유정모 박사.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한국개혁신학회(회장 주도홍)가 12일 오후 신반포중앙교회에서 '제119차 정기학술발표회'를 개최한 가운데, 인간의 '자유 의지'와 관련된 논문 발표가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학술발표회에서 유정모 박사(침신대 역사신학)는 "7세기 화란의 자유의지론 논쟁에 대한 연구: 히스베르투스 푸치우스(1589-1676)의 “De ermino Vitae”를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푸치우스는 기독 교회사뿐 아니라 지성사의 발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던 17세기 화란 자유의지론 논쟁을 배경으로, 신적 필연성과 인간의 자유에 대해 탁월한 논의를 전개했던 인물이다.

특히 푸치우스가 1634년에 발표한 라틴어 논문 “De termino vitae”(인간의 마지막에 관하여)는 신의 결정과 인간의 자유에 대한 그의 사상을 집대성하고 있으며, 신적중간지식(divina scientia media, divine middle knowledge)의 존재 가능성과 같은 당시 논쟁의 주요 이슈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유 박사는 이 논문을 중심으로 그가 신적 필연성과 인간 자유의 성격, 하나님의 결정(작정, 예정, 섭리)과 인간의 자유와의 상관관계 같은 주제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논의했는지를 살펴봤다.

푸치우스에 의하면, "각 개인이 죽는 시간은 하나님에 의해서 작정되었기 때문에 정해졌고 바뀔 수 없다"고 분명하게 주장하면서 하나님을 처음과 나중이시며, 알파와 오메가이시며, 그에 의해서 그리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존재하며, 스스로 존재하는 분이신 우주만물의 '제일(1)원인자'로 설명한다. 반면 인간은 그 존재와 행위에 제일원인을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제일원인에 의해서 움직여지지 않으면 스스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제이(2)원인'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제일원인과 제이원인의 구분은 신적 필연성과 인간의 자유를 설명하기 위해 푸치우스가 사용한 핵심적인 개념으로, 이를 통해 푸치우스는 하나의 동일한 사건이 어떻게 서로 다른 원인성의 관점에서 필연적이면서도 우발적인 사건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시도했다. 또 그는 다양한 성경적 철학적 신학적 근거 위에서 하나님의 조건적 작정과 중간지식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전통적인 견해 위에서 하나님의 작정은 절대적이며 하나님의 지식은 본성적 지식과 자유 지식이라는 두가지 범주를 통해 설명될 수 있음을 변호했다.

마지막으로 필연성의 종류에 대한 구분을 통해 푸치우스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작정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제이원인의 우발성과 인간의 자유가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신적 필연성과 양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시도했다. 특히 그는 귀결의 필연성을 통해 하나님의 선결정은 우발성과 인간의 자유를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가능하게 함을 보여줌으로써 개혁주의의 사상이 스토아주의의 운명론과는 다른 것임을 밝히고자 했다.

유정모 박사는 이러한 푸치우스의 주장이 우리에게 "신의 주권과 인간의 자유라는 주제와 관련해 중세와 종교개혁으로 이어지는 주류 신학 전통과 연속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제일원인과 제이원인의 구분, 조건적 작정과 중간지식의 가능성에 대한 부정, 그리고 필연성의 구분을 통한 신적 필연성의 성격에 대한 규명은 푸치우스가 본 주제의 논의에 기여했던 이전의 주요 신학자 및 철학자들의 사상과 여러 면에서 동일한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더불어 유 박사는 "푸치우스는 당시 계몽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데카르트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상가들과 논쟁을 펼치지만, 논문에서 하나님의 조건적 작정과 중간지식 사상에 대한 푸치우스의 비평과 논박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볼 때 'De termino vitae'에서의 푸치우스의 주된 논쟁 대상은 예수회 계열의 로마가톨릭 신학자들과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면서 "비록 계몽주의 철학이 당시 유럽의 많은 대학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지만 본 주제와 관련하여 푸치우스에게는 계몽주의자들보다는 여전히 로마 가톨릭과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이 더 중요한 논박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했다.

그리고 유 박사는 "푸치우스의 “De termino vitae”에 대한 분석은 신의 절대적인 주권을 강조해 온 개혁주의 신학전통이 인간의 자유를 파괴하는 결정론을 야기한다는 기존 학계 비평이 적어도 푸치우스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푸치우스는 제일원인과 제이원인의 구분 그리고 필연성의 종류에 대한 구분을 통해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와 같은 신적 필연성이 인간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사건의 우발성과 인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사실을 역설했다"면서 "이것은 푸치우스의 사상이 사건의 우발성과 인간의 자유선택을 부정하는, 특히 계몽주의 사상가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형이상학적 또는 철학적 결정론과는 전적으로 다른 것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유 박사는 "근대 지성사의 맥락 속에서 볼 때 푸치우스의 사상은 신적 주권이나 인간의 자유 중 어느 한쪽을 보장하기 위해서 다른 한쪽을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치우쳐가던 당대의 사상적 경향들과는 달리 그 어느 한쪽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양자 모두의 존립을 보장하려 했던 개혁파 정통주의 사상의 대표적인 실례"라고 평하고, "신적 주권과 인간의 자유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개혁파 정통주의자들의 사상에 대한 더 많은 연구는 근대교회사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좀 더 넓은 사상사(the history of the intellectual ideas)의 흐름 속에서 본 주제와 관련해 그동안 잃어버렸던 현대와 근대 사이의 사상적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서도 중요하게 요청되는 과제"라고 이야기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유정모 박사의 발표 외에도 "라쿠냐의 『우리를 위한 하나님』에 나타난 아우구스티누스 삼위일체론 이해에 대한 비판"(차이탁) "칼 바르트와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이상은)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논평자로는 김옥주 이동영 이남규 유창형 안상혁 우병훈 박사 등이 수고했다. 또 행사 전 예배에서는 권호덕 박사(서울 성경대 총장, 고문)가 설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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