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 목사   ©인터내셔널갈보리교회

드디어 모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 내 집에 돌아왔습니다. 버지니아 익숙한 우리 집 동네에 들어오면서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습니다. "여기가 천국이다." 곳곳에 푸르른 나무와 각색 여름 꽃들로 단장된 조용한 주택가에 겸손한 모습으로 자리잡은 아담한 주택들은 허영과 과시가 아닌 그저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려는 창조주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할 뿐입니다. 누군가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고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이라는데, 도시에서 자라났으면서도 여전히 도시 생활에 서투른 나로서는 조용한 시골 같은 미국에 더 친근감이 느껴집니다.(물론 미국도 미국나름이겠지만)

그러나 사실 장소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이번 모국 방문을 통하여 진하게 느꼈습니다. 모처럼 부모님 댁을 방문하였는데, 94세 아버지, 87세 어머니께서 친히 저녁을 지어 주셨습니다. 내가 식사를 준비하겠노라 해도 한사코 만류하며 부모님께서 손수 저녁 식사를 만들어 주신 것입니다. 아버지가 지어주신 쌀밥, 어머니가 구워주신 굴비, 미역국.... 그저 평범한 메뉴였는데도 얼마나 맛있었는지. 사실 서울의 식당 문화는 상상을 초월하게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진기한 음식들을 많이 먹었지만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그 날의 조촐한 저녁식사에는 비할 바 안되었습니다. 밥을 두 공기째 먹자, 어머니의 얼굴이 함박꽃같이 피어나시며 기뻐하셨습니다. "아이구, 우리 딸, 밥 잘 먹는 모습이 제일 반갑다!" '왜 이렇게 맛있을까?' 제 자신도 의아했습니다. '어쩌면 그 옛날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음식 맛을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저의 내부 어딘가에는 고향 어머니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었는가 봅니다. 본래 저녁 식사만 하고 밤에 제가 묵고 있던 숙소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딸을 보고 저리도 좋아하시는 두 분을 두고 차마 떠나지를 못해, 그 날 밤 부모님 댁에서 묵기로 했습니다. 어머니의 잠옷을 빌리고 화장품을 빌려 쓰며 손님 방에서 잠을 자다 새벽이 되어 어머니 주무시는 침대에 가서 옆에 가만히 누웠습니다. 어렸을 때 익숙했던 어머니의 체취가 나는 것만 같습니다. "엄마!" 조용히 부르며 어머니의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다 어머니의 통통한 손을 꼭 잡아봅니다. 곧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어머니의 품'을 언제나 그리워하던 아가 시절의 어린 자아가 어디엔가 숨어 있다가 다시 저의 심령 위에 떠오른 것만 같습니다. 못내 아쉬워하는 두 분을 뒤로 하고 차에 올라 계속하여 손을 흔들고 계신 부모님을 바라보니 나의 육신이 그리워하던 고향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고향은 바로 부모님의 품이었음을 또한 깨닫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동물 세계 영화를 보았는데 어떤 사람이 갓 태어난 사슴이 혼자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데려다 자기 집 개의 젖을 먹이며 함께 키웠습니다. 사슴과 개는 새끼와 어미처럼 사이 좋게 지냈습니다. 사슴은 자랐고 그 집을 떠나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도 매일 한번은 그 집을 방문하여 개하고 한동안 서로 쓰다듬어주고 놀다가 돌아가곤 했습니다. 한 참 경과한 후, 그 사슴은 매년 한 번씩 그 집을 방문하여 개하고 놀다가는데 그 때는 자기가 새끼를 낳은 직후라고 합니다. 그 사슴은 비록 개일지언정 어미 품을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고양이가 버려진 유정란 달걀을 품고 있다가 병아리를 낳아 자기 새끼들과 함께 병아리를 키우는 장면, 병아리들은 고양이 품에 옹기 종기 모여 있습니다. 이 외에도 사자가 개에게 젖을 먹이며 사자와 개가 어미와 새끼처럼 노는 모습등, 진정 모든 동물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어미 품을 그리워하는 본능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의 영혼이 그리워하는 고향이 있다는 사실을 말씀합니다.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인간이 사모하는 영원은, 영혼의 본향이며, 우리의 궁국적인 본향은 하늘에 있는 아버지의 집이요 아버지의 품입니다. 언젠가 내 영혼이 귀향하는 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품에서 쉬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손수 마련해 주신 식탁에서 가장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그 날이 오겠지요. 육신의 부모님은 언젠가 이별해야 하지만 영혼의 아버지와는 영원히 함께 있게 됩니다. 오늘도 내 영혼이 본향을 사모하며,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의 품을 그리워합니다.

글ㅣ이성자 목사 (인터내셔널갈보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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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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