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강정훈 교수] 요한은 고난당하고 있는 일곱 교회에 편지를 전한 후에 하늘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늘 문이 활짝 열렸는데 '이리로 올라오라'는 벼락같은 소리가 났다. '사람이 하늘 구경을 하다니' 하고 놀란 요한은 즉시 올라가니 말로만 듣던 하나님이 계신 황홀한 보좌가 보였다.

옛날부터 유대인들은 사람이 하나님을 보면 즉사한다고 믿고 있었다. 성경에서 하나님을 만나본 사람은 시내산에서 돌에 새긴 십계명을 받은 모세뿐이다. 그러나 모세는 구름과 번개 속에서 보았기 때문에 자세한 모습을 한 줄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한은 환상이긴 하지만 하늘나라에 올라가서 보좌에 앉으신 그 분의 모습을 보고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그 광경을 우리도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행운인가.

파쿤도 베아투스에 실린 <어린 양, 네 그룹천사 그리고 24 장로들의 환상>은 사도 요한이 본 '하늘 보좌의 모습'을 삽화로 그린 것이다.

▲어린 양, 네 그룹천사 그리고 24 장로들의 환상(Vision of the Lamb, the four cherubim and the 24 elders)ㅣ파쿤도 베아투스(the Facundus-Beatus)ㅣ1047년ㅣ300mm x 245mm   ©마드리드 국립도서관(Biblioteca Nacional, Madrid)

■ ​무지개와 번개 속에 좌정한 하나님

위의 삽화 중 상층부 그림은 요한계시록 제4장에 기록된 하늘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의 모습이다. 그 분은 오른손에 일곱 번 봉인된 요한계시록 두루마리 책을 들고 있으며 보좌 앞에는 수정과 같은 유리바다가 있다. 보좌와 얼굴이 너무나 눈부셔서 얼굴은 벽옥과 홍보석 같고 에메랄드 같은 무지개가 둘렸으며 번개가 치고 뇌성이 들린다고 표현했다.

이 보좌 양쪽에는 그룹천사가 별들이 빛나는 아몬드 모양의 만도를라(mandorla)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다. 만도를라는 기독교 미술에서 하나님의 전신 후광(Halo)을 말한다.

786년경 요한묵시록 주석서를 저술한 베아투스(730~800경)는 북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리에바나의 수도사로서 이 책은 종말론이 유럽을 휩쓸던 10세기 전후에 온 유럽을 흔들어 놓았다.

이 주석서는 베아투스가 죽고 난 후 10~13세기에 이슬람인의 박해 아래 살던 스페인의 여러 수도원 필사실에서 사본을 필사하면서 원본에는 없던 삽화가 곁들여졌다. 오늘날 25개 사본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를 모두 합쳐서 베아투스본(本)이라고 한다. 이 삽화들은 주제는 그리스도교적이지만 표현양식은 이슬람풍으로. 이를 모사라베 예술(Mozarabic art)이라고 한다.

■ 봉인을 열고 있는 그리스도

보좌 아래의 원 안에는 십자가 아래서 어린양이 계시록 두루마리의 잠긴 봉인을 열고 있다. 어린 양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리스도이다. 요한이 봉인된 두루마리를 열어볼 수 없어 울고 있었는데 그리스도 만이 닫힌 것을 열 수 있었다고 기록했다. 계시록 제5장은 하늘보좌의 모습 중에서 주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린 양 주위에는 크고 붉은 날개가 달린 네 생물(Four Living Creatures)과 거문고와 금대접을 든 장로들이 있다.

계시록의 이 네 생물은 에스겔서에서 표현한 바와 같이 큰 바퀴를 타고 있다.

▲하늘 보좌 앞의 예배(Worship before the Throne of God)ㅣ밤베르크묵시록(The Bamberg Apocalypse)ㅣ라이헤나우 수도원/콘즈탄츠호(the monastery of Reichenau/ Lake Constance)ㅣ1000~20년경   ©밤베르크 주립도서관, 독일(Bamberg State Library, German. public domain)

위의 삽화는 하늘보좌 앞에서 네 생물과 24장로가 그리스도에게 예배드리는 장면이다. 요한은 네 생물을 위의 삽화에서 뚜렷이 묘사한 바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동물 같다고 기록하였다.

"보좌 가운데와 보좌 주위에는 네 생물이 있는데 앞뒤에 눈들이 가득하더라. 그 첫째 생물은 사자와 같고 그 둘째 생물은 송아지와 같고 그 셋째 생물은 얼굴이 사람 같고 그 넷째 생물은 날아가는 독수리와 같다.(계4:6-7)"

네 생물이 하는 일은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고 밤낮없이 영광과 감사를 돌리는 일이다.

네 생물은 무엇을 나타내나?

네 생물들의 얼굴 모양은 하나님이 창조한 생물들을 대표한다. (NIV 스터디바이블) 사람에게는 모든 창조물을 다스리는 권한을 주었고 사자는 야생동물 중 가장 강하며 황소는 가축 중에서 가장 힘이 세며 독수리는 새 중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이다.

4 세기 후반의 성 제롬 (히에로니무스)은 네 생물과 복음서 저자를 연관시켜 해석하였다.

마태복음서에는 신이 육화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므로 천사로 상징된다. 마가복음서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광야에서 부르짖는 소리' 즉 사자의 포효만큼 외로우면서도 강력하다고 표현했다. 누가복음서는 희생제물이라는 주제를 강조했으므로 황소가 상징이 되었다. 요한복음서는 독수리의 비행과 닮은 높은 영성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독수리가 상징동물이 되었다. (주1) 제롬, 마태복음 주석서문 요약발췌문 St. Jerome - Preface to the Commentary on Matthew(summary and excerpts from NPNF2, 6.1036-37)

중세의 화가들에게는 성 제롬의 주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17세기의 카라바조 (Caravaggio)나 램브란트 (Rembrandt)의 성서화도 중세의 체계를 따랐으며 현대 성서화 연구자들의 사복음서 상징동물에 대한 해석은 제롬이론으로 통일되어 있다. (주2) 스테파노 추피 Stefano Zuffi , The J.Paul Getty Museum, p.12

우리나라의 길자연, 박성화, 박수암, 이요한 등 여러 목회자의 강해, 설교집에는 제롬 등 교부들의 이론이나 중세회화 흐름에 배치되는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네 생물이 사복음서의 상징동물로서 교부들의 많은 논쟁과 화가들의 그림에 많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사복음서와의 실제 연관성에 대해서는 성경에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랭브르형제(Limbourg brothers)ㅣ밧모섬의 성 요한(Saint John on Patmos)ㅣ베리공의 매우 화려한 기도서(Tre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ㅣ1411~16년경ㅣtempera on vellum, Height: 29 x 21 cm   ©콩대박물관, 프랑스(Conde Museum, France)

■ 이십 사 장로들의 찬미

위의 삽화는 1413-16년 랭브르(Limbourg) 형제가 제작한 <베리공의 매우 화려한 기도서>에 실린 밧모섬의 성 요한이다. 나팔소리 같은 계시의 음성을 들으며 요한이 기록하고 있다. 요한 옆에는 요한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봉인 열쇠를 물고 있다.

네 생물 옆에는 이십 사 장로들이 있는데 그들은 하늘 보좌에서 천사보다 높은 제사직이다. 장로들은 어린 양 앞에서 경배하며 거문고를 들고 "주께서 만물을 지으셨나이다"하며 찬미와 새 노래를 드린다. 특히 장로들이 들고 있는 향이 가득한 금대접이 중요한데 향은 인간들의 기도로서 주께 전하는 역할을 한다.

24장로는 구약의 12 족장과 신약의 12 사도, 또는 제사장의 24 반열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초록색 별이 빛나는 보좌 가장자리에는 많은 천사들이 찬송하고 있다.

▲강정훈 교수(전 조달청장)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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