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한정국 사무총장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전 세계 95개국은 복음주의자 비율이 10% 미만으로,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한 전방개척지역에 속한다. 남은 과업의 완수를 위한 전방개척지역 선교와 이 지역 미전도종족에 대한 도전은 2000년 이후부터 한국교회 내에서 계속됐다. 특히 전방개척지역으로의 선교사 파송을 본격적으로 강조하고, 선교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타겟(Target) 2030' 운동을 시작한 2006년부터다. 올해는 타겟 2030이 시작된 지 10년째 되는 해이자 '선교 도약기'로 정한 2차 5개년 개발계획(2011~2015) 마지막 해다. 그동안의 한국교회 전방개척선교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때다.

지난해 한국 선교계는 주요 전방개척지역 12곳(동남아 무슬림, 레반트,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서남아 무슬림, 아라비아, 인도차이나, 중국 내지, 중국 변방, 중앙아시아, 카스피해, 페르시아, 힌두)과 일반선교지역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요청되는 6곳(일본, 터키, 정교회, 로만가톨릭, 불어권 아프리카, 유럽) 등 총 18개 권역을 정하고, 현장 선교사들의 권역별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그간 지적돼 온 해외 선교 현장에서의 전방개척선교 훈련과 동원 부족 현상을 극복하고, 현장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국내에서는 한국 선교학과 선교현지 상황화 및 신학 개발과 관련한 '이론 연구', 세대별·계층별 훈련 시스템 개발 등 '훈련 파송', 선교 시스템 개발 및 적용, 선교 인프라 투자, 멤버 케어 강화에 대한 '선교 행정', 선교대회를 통한 '동원 홍보', 위기관리와 통합지원 시스템 구축 등 '지원 분야'에서 전문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주 KWMA는 타겟 2030 2차 5개년 4차년도(2014년) 보고에서 "타겟 2030에 대한 공감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며 "1천여 명의 한국 선교 지도자들이 모여 만든 이 비전은 6개 전문 선교 영역에서 계속 심화, 발전되고 있고, 더디 보여도 뿌리 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 타겟 2030 운동 성공 과제…'중복투자·선교사 전략 배치' 문제 해결

이처럼 타겟 2030 운동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있다. 중복 투자선교사 전략 배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도 상당수 선교사는 복음화율이 10% 이상인 일반선교지역에서 활동한다. KWMA 통계에서 2014년 12월 현재 한국 선교사(이중소속 선교사 2만 7,767명)의 41.45%(1만 1,509명)는 '일반선교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2030년까지 필요한 한국선교사 대비 2014년 파송율'은 G2지역(G는 'General Missions'의 약자, 복음주의자 비율 15.5% 이상)은 191.1%로 이미 두 배 가까이 과잉 상태였고, G1지역(복음주의자 비율 10~15.5% 미만)은 75.15%였다.

▲2030년까지 필요한 한국 선교사 수에 비춰 본 2014년 선교사 파송 현황. 복음주의자 비율이 G2은 15.5% 이상, G1는 10~15.5% 미만, F1은 5~10% 미만, F2는 0~5% 미만이나 박해지역이 아닌 경우, F3는 0~5%이고 박해지역인 경우다.   ©KWMA 2014년 12월 말 한국선교사 파송 현황

반면, F1지역(F는 'Frontier Mission'의 약자, 복음주의자 비율 5~10% 미만)은 20.74%, F2지역(복음주의자 비율 0~5% 미만이고 박해지역이 아닌 곳)이 64.53%, F3지역(복음주의자 비율 0~5% 미만이고 박해지역)은 8.89%에 그쳤다. 재작년과 비교해 F1지역(20.5%→20.74%), F2지역(60.9%→64.53%), F3지역(8.5%→8.89%)에서 모두 근소하게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G1지역(73.0%→75.15%), G2지역(184.3%→191.1%)도 함께 증가했다. 실제 선교사 수는 작년 한 해 F1지역 65명, F2지역 362명, F3지역 239명, G1지역 102명, G2지역 310명이 각각 늘었다. 한 선교 전문가는 일반선교지역으로 파송되는 선교사가 여전히 많은 이유로 "현지 교회와의 협력 사역을 위해 파송되는 목회자 선교사가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  "KWMA, 전략적 선교사 재배치 위한 선한 압력 계속 가해야"

KWMA 사무총장 한정국 목사는 이 같은 개척지수별 선교사 현황에 대해 "최근에는 신임 선교사가 전방개척지역으로 배치되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는 등 지난 14년간 한국 선교사 배치의 '개선 조짐'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사무총장은 "선교사가 이미 많이 있는 지역에 가는 신임선교사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면서 "일반선교지역으로의 선교사 파송을 막을 수는 없지만, KWMA가 소속 교단선교부, 선교단체 등과의 협의과정을 통해 선교사 재배치를 전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선한 압력은 계속 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교사 재배치의 어려움에 대해 그는 "서구 단체들도 많이 노력해 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며 "재배치 노력이 일부 성과를 가져왔지만, 반작용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 사무총장은 한국에 파송됐던 미국 남침례교 선교사의 재배치 사례를 들며 "1993년 당시 한국에는 남침례교 파송 선교사가 254명이나 있었다"며 "한국교회가 부흥하자 교단 선교부는 선교사들을 북인도, 중앙아시아, 중국 등으로 재배치시켰는데, 일부는 이 같은 정책에 반발해 사역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귀국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KWMA와 미전도종족선교연대(UPMA)가 발행한 전방개척 선교지도.   ©미전도종족선교연대

한정국 사무총장은 "사실 복음주의자 비율이 높은 국가 내에서도 특정 지역은 복음주의자 비율이 낮거나 선교사가 거의 없다"며 "복음주의자가 많은 지역, 선교사가 많은 수도가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로 선교사를 '전진배치'하는 방안을 타협안으로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 기독교인 비율이 71%나 되는 케냐에서도 해안도시 몸바사에는 무슬림이 많이 거주한다. 그는 "사역 국가를 떠나는 완전 재배치보다 국가 내 전진배치 개념은 서구 선교계에서도 아직 나온 적 없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한 사무총장은 "실제로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몸바사 지역으로, 해안지역으로 선교사가 사역지를 옮기는 선례도 늘고 있다"면서 "타겟 2030 운동 결과 수도에 많이 몰려있던 한국 선교사들이 지방 중소도시로 분산돼 사역하는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타국가로의 완전 재배치가 아닌 국가 내 재배치만으로는 전방개척지역 선교에 한계가 있다.

◆ 선교사 재배치, 성공 위해선 스스로 인식·고민하는 '자발성' 요청돼

그렇다면 선교사 재배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바로 '자발성'이다. 올해 KWMA가 현지 선교사협의회 구성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정국 목사는 "현지에서 선교사들이 협의회를 구성하게 되면 전략적 선교 개념이 현지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KWMA나 파송 본부가 선교사들에게 '어디에 가라'고 말하는 것보다 선교사가 한 지역에 많은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전진배치 방안을 고민해 실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친교(fellowship) 성격의 선교사회에서 선교사협의회(association)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정국 사무총장은 "이제 선교지에서 선교사회가 후원을 많이 하는 목회자들을 초청해 수련회를 열고 교제하는 차원이 아니라, 전략회의를 열어 지역 분할, 종족 분담도 하는 등 자발적이고 전문화된 선교사협의회로 발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향식 지도가 아니라 상향식 참여로 선교사회가 변화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물론 KWMA는 현지 선교사협의회의 상위기구가 아니며, 이 같은 방침은 각 나라에 권고사항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 8일 개최된 KWMA 정기총회에서 사무총장인 한정국 목사가 타겟 2030 운동의 의미를 소개하고 경과를 보고했다.   ©이지희 기자

◆ 한국선교 질적 성숙 위해 선교지서 책임감 느끼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변화 필요'

한 사무총장은 "KWMA는 지난 25년 쌓은 노하우와 정보를 현지 선교사협의회와 나누고, 경우에 따라 현장 코칭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 선교의 흐름에 대한 지식도 전하고, 모범적인 사례 발굴을 통해 현장에 적합한 선교 전략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현지 선교사협의회와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선교사협의회의 필요성은 선교지에서부터 요청된 것"이라며 "친교 중심의 선교사회에서 변화의 필요성은 느끼는데, 관성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 현지 선교사들이 도움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한 국가에서는 리더십에 따라 모임이 크게 영향을 받으면서, 일시적으로 선교사회 활동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사무총장은 "지역 선교사들이 인정하는 덕망 있고 은사가 있는 분들을 지도자로 세워 조직적이고 전문화된 협의회로 구성하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한국선교의 질적 성숙을 위해 이제는 선교지에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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