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기독일보·선교신문 기자] 한국선교가 기로에 섰다. 세계 기독교 역사와 선교 역사에서 놀라운 발전과 성과를 냈지만, 지금은 한국교회와 함께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선교사 증가율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주의 선교와 분열, 선교담론의 취약, 고비용 저효율 선교 등 구조적 문제와 함께 사역적, 개인적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정책위원회와 한정국, 한도수, 전춘성, 조명순, 전호중, 서정호, 한수아, 김연수 선교사 등으로 광범위 리서치팀을 구성해 지난 5개월 동안 한국선교의 문제를 조사, 연구한 후 해결책을 논의했다. 리서치 결과물은 최근 생명의빛예수마을에서 열린 제13회 한국선교지도자 포럼에서 발표됐다.

발표자로 나선 KWMA 국제총무 김연수 선교사는 지난달 27일 '한국선교의 사역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점과 대책'에서 한국 선교사 사역의 종류, 사역의 방법, 사역을 위한 준비와 의식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안했다.

▲필리핀 산족 아이따부족 선교현장(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김 선교사는 한국 선교사의 45.2%가 교회개척에 관여하는 등 한국 선교사는 대체로 교회개척사역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개척은 한국선교의 강점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교회당 숫자에 집중하는 것은 문제"라며 ▲교회개척에서 가시적 성과에 대한 지나친 집중 ▲현지인도 할 수 있는 일에 많이 관여 ▲현지 사역자를 키우는 사역 미약 ▲현지 상황에 맞춘 사역 결여 ▲교단별로 중첩 사역 투자 등을 문제로 꼽았다.

김 선교사는 "사역 방법에서 문제는 선교사 개인의 문제와 직결된다"며 "어쩌면 우리 한국 선교사들의 선교 사역, 하나님 나라 사역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역과 상황에 대한 연구 없이 사역에 매진 ▲돈 중심의 프로젝트 사역에 열심 ▲선교사 자신의 영역을 보여주는 사역에 집중 ▲선교사들 간의 협력 부족 ▲현지교회와의 협력 부족 ▲대도시에서의 사역에 지나치게 집중 ▲사역에 대한 자료화 의식 미약 등을 문제로 꼽았다.

사역 준비와 의식 측면에서는 ▲선교사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교육의 부족 ▲전문적인 사역 훈련 미약 ▲경쟁적 사역 태도 ▲현지에 한국교회의 지부를 세우는 듯한 자세 ▲훈련에서부터 타문화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 부족 ▲현장에서의 문제점들에 대한 문제의식 결여 ▲현지 언어 습득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 미약 등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김 선교사는 "선교지 상황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가운데 무엇보다 현장과 사람들에게 맞는 사역 종류와 방법을 일궈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선교지 상황과 문화에 맞는 철저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선교사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교육 강화, 타문화와 상황에 대한 철저한 교육, 선교지와 선교지 사람들에 대한 연구 강화와 상황에 맞는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 강화, 초교파적·초단체적 협력에 의한 의식 강화와 방안 모색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보다 사람을 키우는 사역에 매진하도록 선교사들을 훈련하고 선교지 사역에 대한 자료화, 훈련에서부터 '하나님 나라 의식' 고취, 자신학화와 자선교학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KWMA 문화총무 전호중 목사는 '한국 선교사의 개인적 측면에서의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한국선교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여겨지는 이때야말로 선교사의 기본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특성에 따른 한국 선교사의 문제점으로 ▲독립적이고 협동심 부족 ▲완고하고 보여주기식(허세적) 사역 ▲인내력이 부족하고 지구력이 약함 ▲비합리적, 감정적, 즉흥적 성향 ▲사역에 대한 책임 의식 결여 ▲사역과 문제에 대한 해석 결여 ▲사역보다 자녀교육에 지나친 관심 ▲사람을 키우지 않거나 리더십을 이양하지 않는 경향 등을 지적했다.

그는 "선교현장의 선교사 간 갈등이나 분쟁의 원인은 선교사 개인의 소명이나 확신과 무관하지 않다"며 "훈련 부족에 따른 개인의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선교사에게 한국 선교사의 문제점을 물으면 현지 언어 습득에 소홀하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대답했다"며 "현지인 동역자에게 한국 선교사에 대해 물으면 자기중심적 사역과 현지인을 무시하는 것, 현지인의 수준이나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따라오지 못한다고 무조건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이면서도 선교사 훈련과도 관련 깊은 문제로는 ▲타문화와 현지인에 대한 이해 노력 부족, 현지 상황 고려 않음 ▲현지 언어 습득 소홀 ▲사역에 대한 이해 부족 ▲협력에 대한 의식 결여 ▲자신의 소견에 옳은 대로 사역 ▲전문성 결여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을 분석 없이 그대로 따라 하거나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향 등을 꼽았다.

한국 문화와 관련된 한국 선교사의 문제는 ▲막연한 낙관주의 ▲수치문화, 실리 보다 명분 중시 ▲책무성 결여 ▲공과 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 ▲모든 것을 혼자서 하려는 경향 ▲성과주의 ▲국제적 협력 사역에 대한 의식 결여 ▲편가르식 및 우리주의 사역 ▲권위적 자세 등을 들었다.

전 목사는 "사실 한국선교의 문제점은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라며 "진정한 문제는 그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노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경적인 교회와 선교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면서 선교사의 정체성을 회복한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한국선교와 선교사에게 주님의 주권을 핵심으로 하는 사랑과 섬김, 증거의 삶이 회복되고, 현지 지도자와 현지교회 중심의 선교에 역점을 두면서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한국 선교사 훈련 강화(언어 습득, 선교사와 사역 이해, 나 중심의 세계관과 사역관 극복, 사역전문성과 자기평가 강조) ▲선교지 내에서의 전진 배치(사역지와 사역 종류 다양화, 차별적 사역 배치) ▲한국형 국제학교 설립(아이들 교육문제 해소, 차세대 사역자 배출) ▲선교 친목회를 협의회로 전환(협의회에 어느 정도 중재권 부여) ▲사역지와 주거지의 일원화 독려(피상적인 사역 지양) ▲후배와 현지인에게 합리적인 리더십 이양(처음부터 이양을 염두에 두고 사역) ▲한국의 영향력을 최대로 사용하는 선교 지향(한국어 교육, 한국문화 소개와 함께 복음 전파, 국내 이주 노동자 사역 등)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어떤 일에 문제점과 대책을 논하다 보면 대책이나 해결책이 미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대부분 가보지 않은 것을 대책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 이런 평가는 옳으며, 어떤 면에서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를 잘 지적하고 좋은 대책을 내놓는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며 "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선교의 문제에 깊이 통감하면서, 그것을 극복하자는 뜻과 마음만 있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며 "왜 우리가 이 땅에 존재하며, 왜 우리가 선교를 하며, 왜 선교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지를 우리 안에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변화하려는 의지, 하나님이 주신 시대적 소명을 감당하려는 거룩한 도전, 하나님의 기준과 원칙을 따라 살아가려는 용기가 있다면 한국선교도 다시 일어나 세계선교와 남은 과업 완수를 위해 더 크게 쓰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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