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 목사

■ 논제 5. 인간의 행위들(선한 것처럼 보이는 행위들을 말한다)은 범죄(crimes)라는 측면에서 볼 때 죽음에 이르는 죄"(mortal sins)는 아니다.

[기독일보] "왜냐하면 가령 간통, 절도, 살인, 비방과 같은 범죄들은 사람들 앞에서 비난 받을 수 있는 행동들이다. 반면 죽음에 이르는 죄 (mortal sins)는 선하게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나쁜 뿌리와 나무의 열매들이다. 어거스틴은 이것을 『줄리안에 반대하여』(Contra Julianum) 의 네 번째 책에서 진술하고 있다." (LW 31. 44)

앞서 살펴본 논제 3와 4에서와 같이 논제 5와 6 역시 대구를 이루는 논제이다. 논제 5와 6은 십자가의 빛에서 인간의 죄를 명백하게 드러내는데 그 목적이 있다. 논제 5는 '인간이 자신의 힘을 통해 행하는 선한 행위'에 대해, 논제 6은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서 행하시는 선한 행위'에 대해 논한다.

먼저 논제 5에 대해 살펴보자. 논제 5는 논제 3에 대한 일종의 부연 설명과 같다. 논제 3에서 루터는 "선하게 보이는 인간 행위들이 죽음에 이르는 죄"라고 말한다. 논제 5에서 루터는 이를 좀더 부연한다. 즉 '인간의 행위가 죽음에 이르는 죄'라는 말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흔히 부르는 범죄적 행위, 루터가 예를 들었듯이, 간통, 절도, 살인, 비방과 같은 범죄라는 의미에서 '죽음에 이르는 죄'는 아니다.

그렇다면 선하게 보이는 인간의 행위가 어떤 의미에서 죄라 할 수 있는가?

인간의 행위는 도덕적으로 선하고 유익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 행위가 분명 선하다는 사실을 강조할수록 우리 안에는 언제나 하나님 보다 우리 자아를 더 신뢰하려는 유혹이 생겨난다. 따라서 루터는 명백하게 선하게 보이는 인간의 행위들도 죽음에 이르는 죄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본래 죄된 인간의 행위, 루터가 비유로 말했듯이, 악한 나무로부터 나온 악한 열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루터는 어거스틴을 인용한다. 어거스틴은 『줄리안에 반대하여』 4번째 책에서, 사람들에게 참된 선행으로 보이는 인간이 행위라 할지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선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선함, 선한 의지, 선한 행위는 하나님과 인간의 중재자(예수 그리스도)인 그 분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수여되지 않는다. ... 사람들에게 칭찬받을 만한 모든 행위들이 당신에게 매우 참된 미덕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들이 선한 사역으로 죄 없이 행해지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 당신은 이러한 의지들을 선한 나무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에게 그것들은 하나님에게 열매를 맺지 못하는 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ugustine, Contra Julianum , Bk. IV, Ch. 33)

루터가 논제 5에서 강조하는 것은 '죄'의 심각성이다. 죄는 실질적으로 하나님과 우리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를 선하고 신뢰할 만한 것으로 생각할 때 우리는 죄를 고백하는 것을 포기하고 인간의 선함을 신뢰하게 된다. 이 때 우리는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보다 자신의 의를 의지하게 된다.

루터는 로마서 강해에서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도대체 자기 자신이 죄인이라고 고백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누가 은혜를 받으며 누가 의를 힘입게 될 것이란 말인가?"(Luther: Lecture on Romans, the Library of Christian Classics, p. 78) 루터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죄인으로 고백하는 자만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모든 의를 겸손하게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죄인임을 고백하는 사람이 유일하게 의로우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다."(위의 책, pp. 66-67)

▲정진오 목사(미국 시온루터교회 한인 담당목사)

오늘날 한국 교회와 신학이 교회 개혁을 부르짖으며,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 '거룩하고 선한 삶'에 대해 많이 강조한다. 그러나 좋은 뜻과 선한 삶을 살고자 하는 그러한 노력이 자칫 우리의 행위를 신뢰하게 만들고, 회개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기독교인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 묻고 싶다. 또한 루터가 지적했듯이, "지금 우리는 그저 입술로만 죄인이고 불의하고 진실되지 못하고 어리석은 자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논제 5'는 인간의 행위가 선하고 유익하여 인간의 행위를 신뢰할 때 자신의 본래 죄된 모습을 망각하고, 자신의 의를 의롭게 여기게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따라서 루터는 회개를 통해서만 하나님의 의로 나아갈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서 의롭게 되시기 위해서는 항상 우리 자신들을 고발하고, 심판하고, 정죄하고 우리 자신들을 '악(evil)이라고 고백해야만 한다."(p. 81)

■ 정진오 목사는...

루터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Research Fellow와 예일 신학대학원 Visiting Scholar를 거쳐 현재 미국 시온루터교회 (LCMS) 한인부 담임목사로 재직중이다. 연락은 전화 618-920-9311 또는 jjeong@zionbelleville.org 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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