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박인희 교수   ©한국Q학회

최근 진행된 한국Q학회 정기세미나에서 발제한 박인희 교수(이화여대)는 'Q 연구의 최근 동향: 구전성과 서사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화여대 대학교회에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그는 "Q에서 하나님 나라는 예수가 주는 첫 축복선언 속에 가장 먼저 언급된 만큼 예수 메시지의 핵심을 이룬다"며 "Q가 인자의 기다림이라는 구조로 이야기의 시간적 특을 이어간다면, '하나님 나라'는 Q의 공간성과 관련된다"고 했다.

이어 "다니엘 스미스는 Q 전반에 걸쳐 어떤 공간에 대한 이미지가 파생된다고 보았는데 그것은 가정 또는 집으로서의 이미지이다"고 했다.

그는 "Q에는 집과 관련된 일상생활의 이미지들, 문을 두드리고 열고(11:9), 방을 쓸고 물건을 찾고(15:8) 청소하고(11:25), 자식에게 밥을 먹이고(11:11) 빵을 반죽하고(Q 13:21) 집안식솔에게 양식을 나누어주고(12:42), 잔치를 하고(14:16) 맷돌을 가는(17:35) 등 가정사와 관련된 일상의 이미지들이 반복해서 나온다"고 소개했다.

또 "이러한 집들이 모여 사는 마을의 이미지, 곧 촌락민의 일상을 삶과 경험을 표현하는 구상적이고 소소한 이미지들도 많다"며 "타작마당(3:17), 집짓기(6:48-49), 장터(7:32) 꽃이 핀 들녁(Q 12:27), 추수하는 들판(Q 10:2), 과수원(Q 6:44) 등과 같은 공간적 이미지들은 촌락적인 생활세계와 관련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 생생한 생활세계에 대한 묘사들은 Q 서사의 이야기의 배경이 갈릴리 마을들임을 확인해준다"고 했다.

하나님나라 담화에 언급된 '가난한 자', 가난한 갈릴리 촌락민
하나님나라 한가정 넘어 마을공동체로 확장

이어 그는 "무엇보다는 하나님 나라가 집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Q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이 아버지로 묘사되기 때문이다"며 "청중에게 지속적으로 하나님을 '너희 아버지'라고 부름으로 Q에서는 하나님이 마치 그들의 아버지인 것처럼(Q 6:35)표현되었다"고 했다.

또 "예수가 처음 하나님 나라(Q 6:20-49)를 선포하면서 청중에게 하나님 나라가 그들에게 주어진 것(Q 6:20)으로 선포함으로써 하나님 나라는 마치 아버지가 자식에게 상속하는 어떤 사물성을 갖는 것처럼 묘사되었다"고 했다.

그는 "여기 하나님 나라 담화에 언급되는 가난한 자라는 표현은 대부분의 가난한 갈릴리 촌락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로 볼 수 있다"며 "여기에는 농부, 일꾼, 소작농, 품꾼 등 지배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평범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해당되었고, 이들에게 하나님 나라는 개방된 곳임을 말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리고 촌락민 모두에게 하나님이 아버지가 됨으로 하나님 나라는 한 가정을 넘어 모든 마을 사람들을 포괄하는 확장된 집, 마을 공동체 전체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고 했다.

하나님 '아버지'라는 호칭으로...Q 고유의 특성
고대 가부장적 아버지 아닌 친밀하고 자애로운 아버지

또 박 교수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말은 이스라엘의 전 역사에 걸쳐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용한 스스로에 대한 은유이다"며 "그렇지만 이스라엘 민족은 스스로를 하나님의 자녀로 지칭하면서도 하나님을 직접 아버지로 부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반면 Q에서는 하나님을 대표하는 표상이 아버지임은 물론 하나님을 직접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부른다"며 "나아가 Q의 하나님은 자비로운 아버지이다. 하나님은 '은혜를 아는 자나 모르는 자 모두에게 비를 내려주는(6:35)' 분이다"고 했다.

박 교수는 "하나님 나라가 따뜻한 집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렇게 하나님이 자애로운 아버지로 형상화되었기 때문이다"며 "Q는 하나님을 일반적인 고대사회의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으로 묘사하지 않고 친밀하고 자애로운 모습으로 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아버지는 아들이 다정히 부를 수 있고(10:21-22), 필요한 것을 마음껏 요구하면(11:13), 흔들어 눌러 다시 돌려 안겨주는(6:37) 아버지"라고 했다.

하나님, 아버지라 부르며 친밀성.동속성 강조
아버지 하나님 자녀로서 그 품성 닮기를 요청

이어 "이런 아버지와의 친밀성은 예수와 하나님과의 친밀성의 강도, 즉 둘 사이의 동속성을 드러냄으로서 더욱 강조된다. 결국 이것은 예수와 하나님, Q의 청중의 동속성으로 이어진다"며 "이 동속성을 근거로 Q는 하나님의 자녀된 모든 사람들에게 자비와 용서를 요청한다(Q 6:26, 37)"고 했다.

그는 "이러한 자녀됨의 은유를 통해 Q의 서사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품성을 닮으라고 호소한다"며 "그리고 그러한 호소의 이면에는 급박한 사회적 현실이 있었다"고 했다.

박 교수는 "Q의 청중으로 보이는 1세기 로마시대의 갈릴리 촌락민들은 대부분 소농, 또는 소작농으로 겨우 6-9식구가 연명할만한 농지로 생계를 꾸렸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당시 이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적 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로마시대 갈릴리는 삼중의 조세라는 가혹한 세제가 부과되었고 농민들은 이미 만연한 부채 이외에도 흉작 등이 원인이 되어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며 "이러한 이유로 소농들이 땅을 잃는 경우가 허다했고 대부분 이 땅들은 소수의 도시엘리트들에게로 돌아갔다"고 했다.

덧붙여 "전통적인 자급자족의 방식으로 가족과의 삶을 영위하며 이웃들과 물물교환, 또는 노동교환 등의 상호협력체제를 유지했던 이들의 삶의 방식은 로마시대에 들어와서는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위기 속에서 가혹한 부채법 앞에 한 때 이웃이었던 사람들 간에 원수지는 일은 비일비재했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Q에는 빚에 대한 언급(11:4), 또는 빚으로 인한 재판(12:58-59) 등이 묘사되었다. 하나님 나라 담화에도 돈을 빌려주거나(6:30), 곡식을 빌려주고 받는 일(6:38)이 언급되었다"며 "또는 송사를 통해 겉옷마저 남김없이 가져가는 것(6:29) 즉, 못 받은 빚을 받기 위한 행위에 대한 묘사들이 나온다"고 했다.

총체적 가난 속에 채무 관계 많아...'용서' 현실적으로 '빚 탕감' 의미

또 "돈을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지 말고 빌려주라는 6:34절의 명령이나 하나님이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자비롭다는 말도 모두 채무관계를 암시한다"고며 "주의 기도문에는 우리가 우리의 빚을 탕감해 준것처럼 우리의 빚을 탕감해 달라는 간구가 들어있다(11:4)"고 했다.

그는 "Q는 자주 용서할 것을 명령하는데, 죄와 빚을 한 단어로 사용했던 아람어적 용례에서 볼 때, Q에서 사용된 용서한다는 말에는 현실적으로는 빚을 탕감해주는 것을 의미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이 명령이 원수사랑이라는 Q의 급진적인 윤리적 말씀의 맥락에 있다는 것이다"며 "여기서 말하는 원수란 호슬리(R.Hosley)가 밝히듯, 로마제국 등의 국가적 차원의 원수라기보다는 촌락민들 사이에 원수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호슬리는 여기서의 원수사랑의 요점은 갈릴리 촌락민들이 총체적 가난의 문제 앞에 서로 돕고 나누는 하나님의 자비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원수사랑을 명하는 이 본문에는 모욕하고 뺨을 때리고, 빚 담보나 송사로 인해 옷을 빼앗기는 양상이 반영되었다(Q 6:28-29)"며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아 이것은 한때 이웃이었던 사람들 간에 빚으로 인해 벌어진 다툼을 묘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그렇다면 여기서 원수사랑의 명령은 한때 이웃이었으나 빚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원수된 사람들 사이에 서로 용서할 것을 명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즉, '하나님 나라' 담화는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자녀됨에 의지해서 아버지의 자비로움 품성을 자녀들이 삶 속에서 실행하기를 촉구하는 담화인 것이다"고 했다.

Q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공통자료로서 예수님의 육성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있는 예수말씀으로, 예수의 말씀들과 교훈들에 대한 최초의 수집물이다. Q라는 명칭은 학자들이 독일어 Quelle의 첫 글자를 따서 표기하는데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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