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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새벽 잠을 설친 팬들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손흥민(22·레버쿠젠)이었다.

손흥민은 23일 오전 4시(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이스타지우 베이라-히우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한국은 전반전에서 수비 라인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3골을 헌납했다. 45분이 지났을 때 스코어는 0-3까지 벌어졌다. 알제리가 12개의 슈팅으로 화력을 과시하는 동안 한국은 단 한 차례도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

표류하던 홍명보호를 구한 이는 대표팀 막내 손흥민이었다. 후반 5분 미드필드 지역에서 올라온 긴 패스를 몸으로 잡은 손흥민은 페인트 동작으로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22살에 맛본 월드컵 데뷔 골이었다. 러시아전에서 중거리 슛을 허공에 날려 아쉬움을 남긴 손흥민은 이번 골로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손흥민은 골 외에도 여러 차례 드리블 돌파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반 중반까지 공격진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는 손흥민이 유일했다.

경계대상 1호로 꼽힌 만큼 집중마크에 시달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구자철(25·마인츠)의 두 번째 골에도 관여하는 등 몇 안 되는 기회의 중심에는 늘 손흥민이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 분석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9.941㎞를 뛰어다녔다. 구자철(11.281㎞)과 이용(28·울산·10.225㎞), 기성용(10.007㎞)에 이어 팀내 4번째다.

2008년 대한축구협회(KFA)의 유망주 해외유학 프로젝트에 선정 돼 독일로 넘어간 손흥민은 18살이던 2010년 함부르크를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첫 시즌(2010~2011시즌) 13경기에 나서 3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입증한 손흥민은 2012~2013시즌 두 자릿수(12골) 득점에 성공하며 한국 축구 최고의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손흥민은 차근차근 기량을 쌓아가며 대표팀에서도 입지를 넓혀갔다. 지난 해 3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에서는 후반 51분 결승골로 팀의 브라질행에 일조했다.

처음 세계무대로 나선 손흥민은 단 두 경기 만에 왜 자신이 한국 축구 최고의 유망주인지를 유감없이 입증했다. 측면과 중앙, 공격과 수비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1인 다역을 소화했다. 홍명보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박주영(29·아스날)의 부진 속에 대표팀 에이스 계보가 손흥민으로 옮겨지는 모습이다.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알제리를 상대로 가장 당당하게 플레이한 손흥민이 벨기에전에서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구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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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