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가스분쟁이 결국 공급중단으로 이르렀다. 가스수요가 적은 여름철에 공급이 중단되었지만 겨울철까지 이어진다면 러시아 가스 의존이 높은 유럽은 물론 전세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인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 가스회사인 국영가스회사 나프토가스가 체불 대금 19억5000만달러를 입금하지 않았다며 16일 오전 10시 (현지시간) 부터 가스공급을 중단시켰다. 앞서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가 체불 가스대금 약 45억 달러(약 4조6000억 원) 중 일부인 19억5000만 달러를 지불해야만 선불제에 따른 가스도 공급받을 수 있다고 밝혀왔다.

우크라이나는 이달 초 체불대금 중 일부인 7억8600만 달러를 가스프롬에 지불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지난 4월 가스공급가가 이전에 비해 무려 80%나 올렸던 것을 이전 수준(1000㎥당 268달러)으로 되돌리고, 2009년 체결된 불합리한 장기 가스공급계약을 갱신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가스대금 지급을 거부했다. 결국 지난 15일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유리 프로단 우크라이나 에너지·석탄산업부 장관도 이날 내각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이 '제로' 수준으로 줄고 유럽국가들로 가는 가스만 공급되고 있다"며 공급중단을 공식화했다.

양국의 국영 가스기업들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국제중재재판소에 상대를 고소한 상태다. 가스프롬은 1000㎥ 당 385달러로 하한선을 제시했으며 나프토가스는 300달러를 제시했다.

유럽은 우려하며 사태해결을 위해 나섰다. 유럽 가스소비의 40%가 러시아산 가스며 소비량 15%를 우크라이나 관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이번 공급중단으로 우크라이나를 통한 유럽공급도 중단된 상태다.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에서 구입한 가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프토가스 안드리 코볼레프 최고경영자는 16일 "EU 집행위원회가 유럽의 가스회사들에 우크라이나의 지하 가스 저장시설에 넣을 가스 구입을 고려해 달라고 처음으로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를 우크라이나로 역수출해 에너지난을 겪는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저렴하게 가스를 역수출하는 유럽가스기업에 대해 불이익을 예고했다.

문제는 사태의 장기화다. 귄터 외팅어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아직 가스 공급에 문제는 없지만 재고량이 채워지지 않으면 에너지 수요가 많은 겨울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공급중단으로 가스가격은 이미 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국제상품거래소에서 천연가스 7월물 가격은 섬(영국의 가스측정 단위) 당 45.5펜스로 장중 한때 9%까지 치솟았다가, 유럽의 이례적으로 높은 가스 재고량 소식이 나오자 상승폭이 줄어들며 1.8% 오른 42.61펜스로 진정됐다. 현재 유럽의 가스 재고량은 520억㎡로 역대 최고치로 유난히 따뜻한 겨울의 영향을 받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왼쪽)가 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 최고경영자(CEO) 알렉세이 밀러와 만나고 있다. 가즈프롬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가스 가격을 70% 인상하고 체납액을 상환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를 염려한다. 세계 2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수니파 반군 진격이 거센데다 주요 생산지인 이라크 남부지대가 위협받으면 이번 가스사태와 겹쳐 유가가 최대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러시아측에 가스공급 협상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계속 불안하게 할 경우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제를 위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앞서 2006년과 2009년 친서방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 재임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번에도 친서방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이 취임하자 단행한 세번째 가스차단으로 우크라이나는 비축한 가스로 일단 버틴다는 계획이다. 나프토가스 재고량은 134억㎥로 5개월 이상 자급할 수 있는 양이다.

에너지뿐 아니라 농업에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산 감사 수입을 중단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서부의 주력산업인 농업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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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러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