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왼쪽)과 차남 동원 씨   ©뉴시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29)씨가 집행유예 기간 중 한화그룹의 계열회사인 건축 자재를 생산하는 한화L&C에 지난 4월 중순경 입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벌가 오너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실 계열사를 부당지원해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됐던 김 회장이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가운데 차남 동원씨가 한화 L&C에 입사했다.

그는 한화 L&C에 입사한 이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소속 디지털팀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팀은 한화그룹의 온라인 사업 및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다.

동원씨의 공식 직함은 '매니저'다. 그가 계열사 입사를 통해 그룹 직할 부서에서 일하게 된 것은 첫째 김동관(31)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을 의식한 조치인 것으로 보여진다. 김 실장은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태양광 사업을, 동원씨는 그룹의 온라인과 관련된 사업과 정책을 각각 총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부친인 김승연 회장이 지난 3월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상황에서 오너십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두 형제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장남에 이어 차남인 동원씨까지 그룹에 입사하면서 한화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 회장이 한화·한화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3세 경영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나 집행유예 중인 아들을 회사의 중역에 앉힌 것에 대해 도덕성 논란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비록 그가 미국 명문인 세인트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그동안 소규모 공연기획사나 마케팅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해왔다는 점을 높이 살 수 있으나, 현재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할 집행유예 기간인 점을 본다면 동원씨의 이번 입사를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이길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이 집행유예 기간 중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것이 가능할리가 없고, 게다가 대기업 오너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 기간에 회사 경영에 참여한다는 건 그룹의 도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비난의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승현 회장의 끝없는 '자식 사랑'이라 비난...'과거 이력'에 도덕성 의문 제기

특히 김승현 회장의 '끝없는 자식 사랑'이 다시 나타났다라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이같은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김 회장이 지난날 이 같은 '자식 사랑'으로 인해 검찰에 소환되는 불명예를 안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원씨는 지난 2007년 서울 북창동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다가 종업원과의 시비로 폭행에 휘말린 일이 있었다. 당시 아들이 폭행 시비에 휘말리자 김 회장은 룸살롱 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지만 이듬해 특별사면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김 회장이 청계산 공사장에서 전기충격기와 쇠파이프 등 흉기를 사용했는지, 김 비서실장 등 직원들을 통해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김 회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날 밤 '대국민 사과문'에서 "국민 여러분의 호된 질책과 분노에 괴로워하며 깊은 회한과 참회의 날들을 보내야 했다"고 후회했다.

동원씨는 이외에도 대마초 혐의, 뺑소니 혐의 등 그동안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왔다. 그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2월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은 오는 2016년 2월까지 남아있는 상태다. 또한 그는 지난 2011년에는 뺑소니 접촉사고로 벌금 700만 원을 부과 받기도 했다.

때문에 동원씨는 '재벌 자제 도덕성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회사에 입사하고, 한달여만에 팀장으로 승진을 한 것은 재벌 총수 일가가 아니고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라고 말했다.

때문에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온 이같은 그의 과거에 대해 회사 경영과 조직을 이끌고 조직의 장으로서 도덕성을 갖췄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진지 한달여만에 그룹 경영에 합류한 것에 대한 지적과 함께 자숙의 시간이 충분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취업 준비생 사이 '형평성 논란'...부의 대물림·취업 특혜

아울러 동원씨의 입사 소식은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그를 오너의 자제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그룹에 입사시켜 경영수업을 받게 하는 것은 형평성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알려졌다시피 오너가 2세 경영자들에게는 승진 공식이 다르게 적용된다. 매년 연말에는 예외 없이 재벌가 2~3세들의 승진 잔치가 이어진다. 이에 부모 잘 만나서 출세가 빠르다는 지탄과 형평성 논란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더욱이 동원씨의 지난 행적들은 눈살을 찌푸리게한 행태들이 많았기에 더욱 지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혜를 받고 있는 이들이 보다 더 높은 윤리 의식은 물론 봉사와 기부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상식과는 다르게 오히려 반대의 모습을 더 보여왔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재 파견 근무 중이며 앞으로와 관련해서는 저희도 알 수 없다"며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가 있으면 있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집행유예 중인 상황에서 중역의 자리에 앉힌 것에 대한 도덕성 논란과 관련해서 이 관계자는 "일을 한다는 차원으로 봐야지 법적·제도적으로 하자가 없는 경우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또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취업 준비생들의 입장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새로운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그룹측의 태도에 대해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동원씨의 취업 사례는 법적으로는 위반될 건 없다"면서도 "다만 적절치 않은 행동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은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에 걸맞지 않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집행유예 기간 중에 회사에 입사한 것과 입사 후 한달여만에 팀장이라는 중역에 앉은 것은 재벌 총수 일가가 아니고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라며 "재벌가에 만연한 부의 대물림이나 취업 특혜 등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역효과가 큰 만큼 기업들은 투명한 채용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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