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7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정 위기의 확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에 경제규모가 유로존 3, 4위인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흔들리면서 9일로 예정된 독일-프랑스 정상회담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위기 해결 방안을 둘러싸고 양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신용등급 강등' 폭탄 잇따라 = 피치는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두 단계,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은 AA-에서 A+로 한단계 강등했다.

   피치는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느린 성장과 큰 지역 부채를 들었다.

   이탈리아에 대해선 대규모 공공 부문 부채와 낮은 성장률, 재정난 해결과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정치적 복잡성 등을 들었다.

   피치는 이탈리아 신용 등급 조정에 대해 "유로지역(유로화 사용 국가)의 위기 심화를 반영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날 피치의 이탈리아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최근 이탈리아의 신용 등급을 낮춘 데 뒤이은 것이다.

   무디스는 이날 앞서 영국과 포르투갈 은행 21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영국 국영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를 포함해 로이드TSB은행, 산탄데르UK, 협동조합은행(Co-Operative Bank) 등 12개 영국 금융기관의 선순위 채권 및 예금 등급을 1~5단계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이와 함께 카이샤 제랄 데 데포지토스, 방코BPI 등 포르투갈 은행 9곳의 선순위 채권 및 예금 등급을 1~2단계 하향조정하고 이 중 6곳의 재무건전성 등급(BFSR)도 1~2단계 강등했다.

   무디스는 또 벨기에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무디스는 "Aa1 등급인 벨기에의 자국 및 외화표시 국채 등급을 하향조정 가능성이 있는 검토 대상에 놓았다"고 밝혔다.

   최근 벨기에-프랑스 합자은행인 덱시아 은행이 과도한 그리스 국채 보유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었다. 벨기에와 프랑스 정부는 이 은행에 지급보증을 서기로 긴급 결정했다.

   ◇시장 우려 커져 = 그리스에서 시작된 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대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럽 증시는 이날 상승으로 마감했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증시는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20.21포인트(0.18%) 내려간 11,103.12로 거래를 끝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9.51포인트(0.82%) 떨어진 1,155.46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27.47포인트(1.10%) 하락한 2,479.35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해 0.4% 하락한 1.3378달러에 거래되는 등 대부분의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뉴욕 데일리FX의 외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송은 로이터 통신에 "피치의 발표로 국가채무 위기가 다시 초점이 되고 있다"면서 "(유럽이 신속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시간을 끌려고 할수록 상황은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독-불 정상회담에 주목 =시장은 오는 9일로 독일-프랑스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17~18일 정상회의를 열어 재정위기와 여기서 촉발된 유럽 은행들의 신용 위기 해소방안에 관한 합의를 모색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앞서 열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EU 정상회의의 성공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 양대축인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에서 막대한 손실의 위기에 처한 은행들에 대한 자본 확충 계획이 마련될 경우 유로존은 당분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양국이 은행들에 대한 지원 및 금융시장의 위기확산 방지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더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유로존 채무 위기에 가장 크게 노출된 자국은행들의 자본확충을 위해 4천400억유로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각국의 자금이 바닥난 상황에서만 마지막 수단으로 EFSF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은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만 거기에도 단계가 있다"면서 "은행 스스로 자본을 늘리는 것이 첫 단계이고, 그것이 여의치 않고 또한 해당 국가가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때에야 비로소 EFSF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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