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특수가 아니라 슈퍼볼 통제!'

미국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Super Bowl)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작 뉴욕 한복판은 썰렁한 분위기를 면치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일 열리는 미 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은 대회 장소가 뉴저지 이스트러더포드이지만 인접한 뉴욕이 사실상 개최 도시 역할을 맡고 있다. 뉴욕은 이번 슈퍼볼을 통해 약 6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며 2년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슈퍼볼 개막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엔 맨해튼엔 '슈퍼벌 블러바드'가 탄생, 본격적인 축제의 막이 올랐다. 브로드웨이를 따라 34가 헤럴드스퀘어부터 47가 타임스스퀘어까지 조성된 슈퍼볼 블러바드엔 58피트, 길이 180피트의 눈썰매장 '토보간 런(Toboggan Run)'이 개장했다.

34가 메이시스 백화점 앞 광장에는 30분마다 생생한 NFL 영상을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슈퍼볼 버추얼 씨어터'을 비롯, NFL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특설 무대도 꾸며졌다. 또 34가와 35가 일대엔 'NFL 러시존 & NFL 플레이 60'이라는 그물망 구장이 설치돼 가상 풋볼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참가 열기는 저조하다. 행사장에 늘어선 줄도 길지 않고 예상보다 적은 사람들로 주변 상점들도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추운 날씨도 한몫 했지만 무엇보다 교통 통제의 영향이 크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팻 휴스는 "대체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평소보다 사람이 더 적다. 슈퍼볼 특수는 대체 어디에 있냐"고 불평했다.

슈퍼볼 행사 때문에 며칠 간 맨해튼 도로 곳곳을 통제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만 커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31일 "추수감사절부터 새해 첫날까지 뉴욕 맨해튼엔 수많은 사람과 차량들로 교통이 불편한데 슈퍼볼 행사는 막힌 길 앞에서 우회하라는 교통통제만 가득하다"고 비꼬았다.

트럭 배달을 생업으로 하는 윌슨 몬토야는 "뉴욕시가 슈퍼볼 파티를 맨해튼 한복판에서 하는 계획은 잘못된 아이디어다. 한 번 일나가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식당 배달일을 하는 호세 로드리게스는 "매년 9월 세계 각 국의 정상들이 참가하는 UN 총회 기간에도 이번보다는 교통 흐름이 좋았다. 지난 25년 간 맨해튼에서 일했지만 이번처럼 막히는 것은 처음 본다. 사상 최악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교통 통제의 후유증은 도심만이 아니라 평소 흐름이 좋은 허드슨강 근처 9애버뉴 10애버뉴까지 긴 정체를 초래하고 있다. 맨해튼이 직장인 셰인 퍼리는 "슈퍼볼 이벤트는 돈만 낭비하는 행사다. 광고판이고 행사고 꼴도 보기 싫다"고 비난했다.

한편 빌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30일 이색 성명을 냈다. "슈퍼볼 경기를 대부분의 팬들처럼 집에서 아들과 함께 TV로 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앞서 슈퍼볼 주최측은 드블라지오 시장과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 등 유명 인사들에게 1인당 2장의 슈퍼볼 티켓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한 바 있다.

그간 슈퍼볼은 플로리다와 같은 따뜻한 지역이나 돔구장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추운 뉴욕의 야외 구장에서 열려 궂은 날씨로 인한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덴버 브롱코스와 시애틀 시호크스의 슈퍼볼 향방이 어떻게 될지 미국인들의 관심은 뜨겁지만 정작 많은 뉴요커들에게는 불편한 슈퍼볼 주간이 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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