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육상> 번개 볼트와 관중
(대구=연합뉴스)이상학 기자 = 3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우승한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그라운드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돌아온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지난달 27일 남자 100m에서 환청(幻聽) 때문에 부정출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털어놓았다.

볼트는 이날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올 시즌 최고기록을 세우고 우승한 뒤 이같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시즌 내내 스타트 훈련을 굉장히 열심히 해서 뛰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며 "속으로 '가자'를 되뇌다가 '셋(set·차려)'이라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를 '고(go·출발총성)'로 잘못 듣고 뛰어나갔다"고 말했다.

볼트는 부정출발을 하지 않았더라면 기록을 9초7 초반에서 9초60까지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서는 평소에 뛰는 5, 6번 레인이 아닌 3번 레인에 배치돼 조심스럽게 코너를 돌았기 때문에 기록이 기대보다는 저조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메달을 딴 소감은.

▲아주 기분이 좋다. 오늘 최선을 다했다. 최대한 빨리 달렸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누구로 봤는가.

▲지난 몇 년간 모든 선수를 진지하게 경쟁 상대로 생각했다. 오늘 달린 선수들이 다 훌륭하다.

--뛰면서 보통 무슨 생각을 하나.

<2011 육상>환호하는 인간 번개 볼트
(대구=연합뉴스)이상학 기자 = 3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우승한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그라운드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2011.9.3 leesh@yna.co.kr


▲200m는 100m보다 긴 거리이기 때문에 많은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다. 계속 내 자신에게 '잘할 수 있다'고 자기 암시를 보냈다.

--오늘 결승전이 힘들지 않았나.

▲나는 원래 5번, 6번 레인에서 뛰는데 3번에서 처음으로 오늘 뛰었다. 코너 돌기가 어렵다. 돌 때는 약간 조심해서 돌았다. 오늘 기술이 최고는 아니었다. 그래도 만족할 만하다.

--5, 6번 레인에서 뛰었다면 기록이 더 좋았을까.

▲코너를 도는 게 힘들었다. 5, 6번이 아니라 다른 레인이었다면 코너를 돌 때 더 속도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100m에서 부정출발 때 어떤 상황이었나.

▲시즌 내내 스타트를 집중 훈련했다. 예선부터 출발은 좋지 않았지만 경기 내용은 좋았다. 빨리 뛰고 싶어 안달이 나 부정 출발을 하지 않았나 싶다. 흥분한 상태에서 그냥 가자, 가자, 가자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그때 '셋(set)'이라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를 '고(go)'로 헛들었다. 실수를 했다. 누군가 금메달을 따야 한다면 요한 블레이크가 자격이 있는 선수다.

--부정출발 실격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나.

▲너무 흥분했고 긴장했다. 차분하게 경기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제는 경기 자체를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부정출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규정을 이미 알았고 내 실수였기 때문에 개정 규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더 집중해서 앞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코치도 '천천히 차분하게 뛰어라, 예측하지 말라'고 계속 주문했다.

<2011 육상> 친절한 볼트씨
(대구=연합뉴스)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3일 저녁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0m 결승에서 우승한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정출발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100m 기록은 얼마나 나왔을 것 같나.

▲아마 그렇게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볼 때 9초70이나 9초60 정도가 됐을 것 같다.

--세계기록이 나오지 않는 대구의 환경에 대해 얘기해달라.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불었는데 오늘은 바람이 잘 불어 내 기록도 세계기록에 가까워졌다. 다만 내 컨디션이 최고가 아니었다. 그러나 19초40에 충분히 만족한다.

--부정출발 직후에 어떤 연습을 했나.

▲물론 내 자신에게 실망했다. 정말 열심히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실망했다. 보여줄 기회를 놓친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이 부정출발 얘기를 계속하는데.

▲사람들은 안 좋은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 물론 내가 실수를 했지만 앞으로 계주도 남아 있다. 남은 경기에 집중할 것이다. 오늘도 준비를 많이 했다. 관중의 응원이 크게 도움이 됐다. 한국 팬들에게 감사한다.

--경기 전에 퍼포먼스는 어떤 의미인가.

▲가끔 우승한 다음에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구상할 때도 있지만 경기 전에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행동한다.

--내년 올림픽에 가서 타이틀 방어하고 세계기록 세울 계획인가.

▲100m를 이번에 못 뛰었다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각오가 더 새롭다. 거기서는 진지하게 임할 것이다. 나는 전설이 되고 싶다. 내년 시즌을 전체적으로 굉장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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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계육상 #우사인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