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회 기독교학술원 월례학술포럼이 18일 양재횃불트리니티홀에서 ‘바른 성경해석’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먼저 개회사에서 김영한 교수(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명예교수)는 예일학파의 대표적 신학자이자 내러티브 신학의 선구자인 한스 프라이(Hans Frei)의 사상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김 교수는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이 이른바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를 분리하려 했던 시도가 텍스트의 생명력을 어떻게 갉아먹었는지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19세기 이후 득세한 역사비평은 성경 본문의 의미를 텍스트 ‘안(in the text)’이 아니라 텍스트 ‘뒤(behind the text)’에서 찾으려 하는 치명적인 한계를 노출했다. 학자들이 성경 저자의 숨겨진 의도나 실제 역사를 과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몰두하는 동안, 정작 성경 자체가 전하고자 하는 고유한 서사적 의미와 문학적 완결성은 산산이 조각나고 상실됐다”고 했다.
이어 “과거의 학자들은 예수의 기적이나 부활 사건을 읽을 때 본문이 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기보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가?’, ‘후대의 초대교회가 편집해 넣은 신화는 아닌가?’를 의심하며 텍스트의 ‘배후’를 캐는 데 혈안이 됐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프라이의 통찰을 빌려 성경 본문 자체가 지닌 자족적인 서사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스 프라이가 지적했듯 성경은 그 자체로 ‘역사 같은(history-like)’ 형태를 띤 ‘사실적 서사(Realistic Narrative)’”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정체성은 학자들의 고고학적 추적이나 역사적 재구성을 통해 밝혀지는 것이 아니다.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극적인 사건의 연속성, 즉 복음서가 제시하는 생생한 이야기 그 자체 속에서 이미 온전히 계시돼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프라이의 이러한 문학적, 서사적 통찰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성경의 실제적인 역사적 사실성과 하나님의 영감성을 굳게 믿어야 한다”며 “텍스트에 대한 서사적 접근 위에 성령의 내적 조명을 의지하여 본문과 교감하는 전통적인 ‘영적 읽기(Lectio Divina)’가 결합될 때 비로소 온전하고 생명력 있는 바른 성경 해석이 완성된다”고 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박정관 교수(장신대 은퇴교수)는 “18세기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성서학이 전통적인 교의신학에서 분리되는 비극이 시작됐다. 성서학이 일반 역사학과 종교사학의 세속적 방법론을 무비판적으로 채택하면서, 성경 본문에 기록된 초자연적인 기적이나 역사적 진정성에 대한 실증주의적 의심과 해체가 본격화됐다”며 “특히 19세기를 휩쓴 다양한 비평주의(자료비평, 양식비평 등)가 학문적 잣대를 잘못 적용한 심각한 오류, 즉 ‘범주오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는 마치 한 편의 감동적인 시(詩)를 읽으면서 시의 메시지를 음미하는 대신, 시가 적힌 종이의 화학 성분이나 잉크의 제조사를 분석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이라며 “19세기의 낭만주의 해석학과 다양한 역사비평은 심각한 학문적 ‘범주오류(Category Mistake)’를 범했다. 성경을 읽을 때는 마땅히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와 서사 자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학자들은 텍스트의 본질을 외면한 채, 저자의 심리 상태를 추측하거나 문서의 파편적인 출처와 문화사적 배경을 추적하는 데 학문적 에너지를 낭비했다”며 “이제 한국교회의 성경 연구와 묵상이 그릇된 방향타를 바로잡고 텍스트를 대하는 ‘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19세기의 건조한 역사비평적 노력이 성경이 쓰인 과거의 기원만을 캐묻는 ‘본문 뒤로 가기(go behind the text)’였다면, 이제 해석학의 방향타는 완전히 반대로 향해야 한다”며 “오늘날의 올바른 해석학은 성경 본문의 표면과 문맥, 그리고 서사 자체가 뿜어내는 의미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본문 앞에 서기(stand before the text)’로 시급히 전환되어야 한다”고 했다.
논평에서 전용호 교수는 “과거 강단에 알레고리(영해) 해석이 풍미했던 것은 사실이나, 이미 신학교에서 비판적으로 다뤄졌기에 현재 가장 절실한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이어 역사비평이 목회 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부분의 교단이 보수적 성경관을 유지하고 있어 강단에서 역사비평을 표방하는 설교는 드물다”며 “진짜 문제는 신학교와 교육기관에서 역사비평을 수용하여 가르침으로써, 장래 목회자들의 성경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훼손하는 데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성경이 조직신학의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본문에 대한 충실한 해석을 통해 조직신학의 내용이 보완되고 교정되어야 한다”며 “성경의 절대 권위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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