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교회는 인구 감소와 급격한 세속화, 기독교 신뢰도 하락이라는 가파른 비탈길을 지나고 있다. 교인 수 정체와 젊은 세대의 이탈, 200만 명에 육박하는 '가나안 성도'의 출현은 한국교회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냉혹한 경고음이다. 그러나 내부적 위기가 깊어질수록 교회가 결코 타협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본질이 있다. 바로 주님의 지상대위임령(Great Commission)인 '선교적 사명'이다. 교회가 자기 안위와 내부 문제에만 침잠할 때 선교적 야성을 잃고 쇠락해 간 유럽 교회의 전철을 밟게 된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가장 가깝고도 먼 이웃이자, 세계 선교 지형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시급한 영적 전장(戰場)인 '일본'을 다시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세계 4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최첨단 선진국이다. 그러나 영적 실상은 세계에서 가장 메마른 오지(奧地) 중 하나다. 일본의 개신교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0.5%~0.8% 수준으로 '1%의 벽'에 갇혀 있다. 선교학적으로 복음화율 2% 미만을 '미전도 종족'으로 분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은 선진국이라는 외형 뒤에 숨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전도 종족 국가다. 800만이 넘는 신(神)을 모시는 신도(Shinto) 사상과 혼합주의 문화는 유일신 하나님을 "수많은 신 중 하나"로 흡수시켜 버린다. 여기에 심각한 자살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문제, 집단주의적 압박감이 낳은 깊은 영적·정서적 고독은 경제적 풍요 속에 숨겨진 현대 일본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본 현지 교회의 소멸 위기다. 목회자 평균 연령이 60대 후반에서 70대에 달하고, 출석 성도 30명 미만의 소형 교회가 전체의 70%를 넘는다. 담임 목회자가 없어 문을 닫는 교회가 속출하는 지금이야말로 일본 교회의 영적 맥을 잇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지형적·역사적으로 깊이 연결된 한국교회가 이 시급한 사명지를 외면하는 것은 하나님이 부여하신 역사적 부르심에 대한 방임이다.
그러나 일본 선교의 중요성은 비단 사명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본이 복음화되어 영적 리더십을 회복할 때 발휘될 선교적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패스포트 파워(약 190개국 무비자 입국)와 국제적 정치 중립성은 분쟁 지역이나 반서구 정서가 강한 미전도 지역에 접근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자산이다. 막강한 경제력과 정부 차원의 ODA(공적개발원조) 연계 능력은 글로벌 구호·개발 선교의 강력한 재정적 기반이 된다. 또한 애니메이션, 게임, J-Pop으로 대표되는 막강한 소프트파워는 전 세계 차세대에게 복음을 전할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 특유의 '모노즈쿠리(장인정신)' 문화가 복음 안에서 거듭난다면, 한 번 결단한 성도는 수십 년간 묵묵히 선교지를 섬기는 철저한 사명자로 변모하게 된다.
결국 일본 선교는 단순한 이웃 국가 돕기가 아니다. 역사적 상처를 복음의 사랑으로 치유하고, 한·일 양국 교회가 연합하여 동아시아와 세계 선교를 향한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거룩한 통로다. 거대한 세속화의 장벽 앞에 서 있는 일본 땅은 한국교회가 둔화된 영적 동력을 다시 끌어올리고 거룩한 영적 군사로 깨어나야 할 가장 시급한 현장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이 시급한 사명지를 향해 어떤 발걸음을 내딛었으며, 어떤 열매와 한계를 남겼는가. 그 엄정한 역사적 성찰이 선행될 때 비로소 시대에 맞는 선교적 대안이 모색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교회가 걸어온 일본 선교의 역사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평가하고자 한다. <계속>
안승오 교수(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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