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간의 종전 타결 양해각서 체결 이후 스위스에서 예정된 실무회담이 돌연 연기됐다. 이스라엘이 친 이란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와 교전을 지속한 게 걸림돌로 작용한 건데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실질적인 종전에 도달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교전 중단은 종전 양해 각서 상에 명시된 사항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점령지 철군을 거절하고 헤즈볼라를 공격해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자 밴스 미국 부통령까지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며 스위스 행을 전격 보류했다.
모든 비난의 화살에 이스라엘은 미국과 카타르의 중재를 받아들여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란이 실무회담에 앞서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방침을 밝히면서 최악의 경우 종전 MOU가 파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란 협상대표단이 스위스로 향하면서 ‘호르무즈 재봉쇄’ 방침을 밝힌 건 미국을 압박해 핵 협상 등의 쟁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도 이번 합의를 ‘퍼주기’ 협상이라며 비판하는 국내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터라 협상 시한인 60일 안에 완전한 종전에 도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뱃길은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해협 봉쇄로 100일 넘게 묶여 있던 선박 7척이 통항을 시작했고 그 안에 한국행 초대형 유조선 3척도 포함됐다고 한다. 다만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빌미로 해협 재 봉쇄를 시사한 만큼 언제 다시 뱃길이 막힐지 알 수 없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 안쪽엔 한국 선박 24척이 대기 중이다. 조만간 통행 재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해협이 다시 봉쇄되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실무협상이 재개돼 해협의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두 달 후부터 이 해협을 통과하려면 이란에 막대한 통항료를 내야 한다. 종전 양해각서에 이란이 60일 동안 선박들이 통항료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할 수 있게 조처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소유 영해가 아니다. 모든 배가 자유롭게 항행하는 곳에 통행세를 물리는 건 전쟁 피해 복구비용을 각 나라에 떠넘기겠다는 뜻이다. 이 해협을 오가야 하는 우리로선 에너지 안정 수급에 큰 충격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미리 대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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