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북부와 중부 벨트(Middle Belt) 지역의 기독교 여성과 소녀들이 무장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에 의해 납치와 성폭력, 강제 개종, 강제 결혼 등의 심각한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유엔(UN)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다.
이번 우려는 여성·소녀 폭력 문제 특별보고관, 즉결처형 및 자의적 처형 문제 특별보고관, 소수자 문제 특별보고관, 고문 문제 특별보고관, 그리고 강제실종 실무그룹이 공동으로 나이지리아 정부에 전달한 공식 서한을 통해 제기됐다.
국제 법률 단체 자유수호연맹(ADF International)에 따르면, 유엔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 정부에 60일 이내에 답변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후 해당 서한의 전문을 공개할 예정이다.
유엔 전문가들은 일부 북부 지역에서 기독교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폭력과 박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급진적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종교적 동기의 공격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며, 여성과 소녀들을 향한 성폭력 위협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는 북부 지역에 무슬림 인구가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남부 지역은 기독교인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두 종교는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지만, 중부 벨트 지역은 종교적으로 가장 혼합된 지역으로 평가되며 일부 통계에서는 기독교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독교 여성과 소녀들이 납치와 성폭력, 강제 개종, 조혼(아동 결혼)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강제 결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공격받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실향민(IDP) 수용시설 내에서도 기독교 여성과 소녀들이 특별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나이지리아 내 실향민 수는 약 818만 명에 달하며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향민 인구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 같은 대규모 이주는 보코하람(Boko Haram)과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 등 이슬람 무장단체의 폭력 행위와 함께 무장 풀라니(Fulani) 민병대 및 기타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종교의 자유와 신체 안전, 자유권, 여성과 아동의 권리 보호와 관련한 국제 인권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주(州)에서 시행되고 있는 신성모독법과 샤리아법 적용이 비무슬림을 향한 폭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 정부에 관련 인권 침해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자 보호 조치를 촉구했다.
국제 자유수호연맹의 유엔 옹호 담당 책임자인 조르조 마촐리는 “나이지리아 일부 지역에서 기독교인과 종교적 소수자들이 무장세력의 조직적 폭력과 잔혹 행위에 장기간 노출돼 왔다”며 “국제사회는 그동안 이 위기가 심화되는 동안 침묵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의 5개 인권 메커니즘이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러한 인권 침해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도록 하는 중요한 진전”이라며 “차별적인 법 체계를 포함한 근본 원인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자유수호연맹은 이번 유엔 서한이 자신들이 지원해 온 여러 사건들과도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기독교인 어머니 로다 자타우(Rhoda Jatau)는 기독교 학생 데보라 야쿠부가 군중에 의해 살해된 사건을 비판하는 영상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신성모독 혐의를 받아 19개월간 수감됐으나, 지난해 12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한 자유수호연맹은 현재 나이지리아 대법원에서 수피(Sufi) 음악가 야하야 샤리프-아미누(Yahaya Sharif-Aminu)의 변론도 지원하고 있다.
샤리프-아미누는 신성모독으로 간주된 왓츠앱(WhatsApp) 메시지 때문에 5년 이상 수감됐으며 한때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 지난해 첫 심리 이후 한 주 정부 변호사는 그를 공개 처형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추가 재판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유엔의 우려는 전 세계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지원하는 국제 기독교 단체 오픈도어(Open Doors)의 조사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오픈도어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강제 결혼, 성폭력, 신체적 폭력, 심리적 폭력, 납치가 기독교 여성과 소녀들이 가장 빈번하게 겪는 박해 유형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제앰네스티 자료를 인용해 2014년 치복(Chibok) 여학생 276명 납치 사건 이후 지난 10년 동안 나이지리아에서 1,700명 이상의 아동이 납치됐다고 전했다.
오픈도어는 2025년 세계감시목록(World Watch List) 보고 기간 동안 나이지리아에서 최소 2,830건의 납치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종교와 관련된 납치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기독교 여성들의 취약성 문제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복음연맹(WEA) 제14차 총회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범아프리카기독여성연합(Pan African Christian Women Alliance)의 아이린 키바겐디 대표는 “무장단체에 억류됐다 탈출한 여성들이 임신한 상태이거나 무장세력의 자녀를 데리고 돌아온다는 이유로 교회 공동체로부터 거부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와 성평등 문제를 다루는 단체인 ‘젠더 앤드 릴리저스 프리덤(Gender and Religious Freedom)’의 대표 에마 반 데어 데일은 “교회는 피해자들을 사랑과 수용으로 회복시키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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