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어떤 만남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지만, 어떤 만남은 영혼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 평생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돌아보면 내 삶은 결국 “좋은 스승들을 만난 축복의 역사”였다.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을 앞두고 집안 형편 때문에 여행비를 마련할 수 없었다. 며칠을 망설이다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조심스레 사정을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긴 말씀 대신 따뜻한 눈빛으로 내 이야기를 들으셨고, 조용히 수학여행에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다. 어린 마음에도 그것은 단순한 도움이 아니었다. “사람은 누군가의 존엄을 지켜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처음 배운 순간이었다. 그 기억은 이후 어려운 사람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밑바탕이 되었다.

중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은 내 안의 가능성을 발견해주셨다. 평범한 학생이던 나를 합창단원으로 세우셨고, 3학년 때는 단장까지 맡기셨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그때 나는 “사람은 재능을 발견받을 때 성장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훗날 설교와 찬양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목회적 감수성 역시 그 시절의 경험에서 자라났다.

고등학교 때 만난 두 분의 선생님도 잊을 수 없다. 국어 선생님은 시인이셨다. 습작 노트를 가져가면 바쁜 중에도 시를 읽어주시고 붉은 펜으로 조용히 첨삭해주셨다. 그분 덕분에 문학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미술 선생님은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셨다. 그림 재능을 격려하며 미술부 활동과 대회 참여를 권하셨고, 입상의 기쁨도 맛보게 하셨다. 그 경험은 훗날 교회 건축과 공간 목회에 대한 감각으로 이어졌다.

대학 시절 만난 스승들은 삶의 방향 자체를 바꾸었다. 교양영어 교수님은 흔들리던 신앙을 붙들어주시며 목회의 비전을 심어주셨고, 평생의 영적 멘토가 되어주셨다. 대학원에서 만난 성서신학 교수님은 학문하는 태도를 몸소 보여주셨다. 진정한 학자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진리를 향해 평생 겸손히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학교 밖에도 스승은 있었다. 책 속에서 만난 스승으로 김용기, 안병욱, 김형석 교수는 인간과 사랑의 깊이를, 이어령 선생은 시대를 읽는 눈을 열어주었다. 김동길 교수, 김수환 추기경은 인간 존엄과 자유의 가치에 눈뜨게 했다. 책은 말없는 스승이었지만, 때로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돌아보면 나는 참 많은 유산을 받은 사람이다. 인성의 성장, 음악과 문학과 미술의 감수성, 신학적 배움,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목회 40년 동안 농촌교회를 개척하고, 지역교회를 섬기며 독거노인을 돌보는 복지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스승들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이제 인생의 후반부에 서서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스승으로 기억될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동시에 다른 이의 미래에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교육은 지식을 전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말했다. “훌륭한 스승은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사람이다.” 또한 윌리엄 아서 워드는 “위대한 교사는 영감을 준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내 삶의 스승들은 모두 그런 분들이었다. 지식을 넘어 삶으로 가르치고, 말보다 인격으로 사람을 세워준 분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유산은 지금도 내 삶 속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은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스승들의 사랑과 기다림 속에서 완성되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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