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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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기독교 인권단체인 크리스천솔리대리티인터내셔널(CSI)이 아르메니아 정부가 아르메니아 사도교회(AAHC)를 상대로 조직적인 압박과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는 국제법 전문가이자 역사학자인 피터 플루(Peter Flew) 박사가 아르메니아 현지 조사 방문 후 작성한 것으로, 종교 자유와 사법 독립성, 법치주의 훼손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는 주요 유럽 외교 회담이 예레반에서 열리는 시점에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니콜 파시냔(Nikol Pashinyan) 총리 정부는 체포, 형사 기소, 출국 금지, 공개 비난 등을 통해 아르메니아의 고대 국교인 아르메니아 사도교회와 지도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CSI 대표 존 아이브너(John Eibner) 박사는 서문에서 “정부가 국가의 강제 권력을 이용해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를 정치적으로 통제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르메니아와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서방 지도자들에게 “이 충격적인 보고서 내용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플루 박사는 보고서에서 “아르메니아 정부가 조직적으로 종교 또는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파시냔 총리가 교회의 권위를 약화시키기 위해 적대적인 발언을 이어왔으며, 주교들과 신자, 지지자들이 구금이나 법적 제약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전 세계 아르메니아인의 영적 지도자인 가레긴 2세(Karekin II) 총대주교가 있다. 보고서는 파시냔 총리와 집권 여당인 시민계약당(Civil Contract)이 총대주교를 축출하고 교회 내부 운영 구조를 국가 영향력 아래 두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루 박사는 이를 두고 “세속 정치 지도자가 교황을 끌어내리려 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며 “양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특히 시민계약당의 선거 공약이 교회 내부 문제를 국가 정책 차원으로 끌어올리면서 헌법과 법적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정부가 총대주교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의심하고, 반대 성향의 주교들을 지원하며, 전례 문제에까지 압력을 행사하는 등 지속적인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조치들이 총대주교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교회를 내부적으로 분열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교회 문제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교회 본부가 해임한 주교를 민사법원이 복직시킨 사례, 고위 성직자들에 대한 형사 기소, 해외 주요 교회 행사 참석을 막기 위한 출국 금지 조치 등을 사례로 언급했다.

법적 측면에서 보고서는 아르메니아 헌법과 유럽인권협약(ECHR), 유럽인권재판소(ECHR) 판례를 근거로 비판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국가가 종교 공동체에 대해 중립을 유지해야 하며, 종교 지도자를 결정하거나 경쟁 세력을 지원하고 교회 행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한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이후 심화된 아르메니아의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이번 교회·국가 갈등을 해석했다. 아이브너 박사는 아르메니아 사도교회가 “1700년 동안 아르메니아 민족을 지켜온 가장 강력한 보루”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국교회는 국가가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도 아르메니아 민족을 하나로 묶어줬으며, 아르메니아 대학살과 이어진 반아르메니아 학살·인종청소 속에서도 민족을 지탱했다”고 말했다.

CSI는 아르메니아 정부가 교회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묘사하며 러시아 영향력과 연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아르메니아 사도교회가 러시아정교회 산하 조직이 아니며, 정부 역시 외국 세력 개입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보고서는 바그라트 갈스타냔(Bagrat Galstanyan) 대주교의 지속적인 구금 사례를 비롯해 다른 성직자들에 대한 체포 및 제한 조치, 교회 후원자인 삼벨 카라페티안(Samvel Karapetyan) 사건, 예배 중 발생한 신자 관련 사건 등을 언급했다.

또한 양심수로 분류된 인물들과 출국 금지, 가택연금, 감시 조치를 받은 인물들의 명단도 포함됐다.

보고서에 인용된 영국 정부의 짧은 입장문은 “종교 자유 침해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아르메니아 정부가 헌법과 법적 의무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사법 절차를 보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러한 반응이 종교 자유 침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이러한 침해 사례들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조직적인 캠페인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훼손하고 종교 공동체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아르메니아 헌법 질서와 국제적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직자와 평신도들이 협박과 구금, 형사 절차에 직면하는 등 이미 상당한 인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지금이야말로 원칙 있고 협력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아르메니아 정부에 교회를 향한 정치적 공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에 대해 종교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주의 존중을 양국 관계 강화의 조건으로 삼고, 교회의 독립성을 보호하며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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