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Unsplash/ludovico di giorgi

이집트 법원이 부활절을 공식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을 기각하면서, 현지 기독교인들이 신앙의 가장 중요한 절기를 지키기 위해 직장·학업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종교자유 단체인 국제 자유수호연맹(ADF)에 따르면, 법원은 이번 청원에 대해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사안이 사법부가 아닌 총리의 권한에 속한다며 청원의 실질적 내용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여러 기독교 교단의 종교 자유 옹호 단체들은 항소를 준비하며, 부활절을 국가 공휴일로 인정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할 방침이다.

현재 이집트에서는 일요일이 일반 근무일로 간주되기 때문에, 부활절 예배 참석을 위해 휴가를 사용하는 기독교인들은 임금 삭감이나 직장 내 차별을 겪을 수 있다. 학교와 대학에서도 부활절로 인해 수업에 결석할 경우 학업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자유수호연맹 국제 종교 자유 옹호 책임자인 켈시 조지(Kelsey Zorzi)는 “이번 판결은 기독교인들이 신앙에서 가장 거룩한 날 자유롭게 예배할 권리를 사실상 부정한 것”이라며 “이집트 정부는 기독교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단순히 공휴일 인정 여부를 넘어선다”며 “이미 지속적이고 심각한 종교 박해를 겪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법적으로 예배할 권리마저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청원은 오랜 기독교 전통을 가진 이집트에서 종교 자유 확대와 예배 제약 철폐를 요구하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집트는 1세기부터 기독교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불려왔으며, 콥트교회는 사도 마가가 알렉산드리아에 세운 교회에서 기원을 찾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최근 기독교 예배를 위한 일부 조치를 확대해왔지만,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노동부는 민간 부문 기독교인 근로자들에게 부활절 휴가를 허용했지만, 공공 부문 근로자들에게는 같은 혜택을 적용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는 콥트교인들에게는 더 많은 유급 휴가를 부여하면서 복음주의 및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혜택을 제공해 교단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ADF 인터내셔널은 이러한 조치가 이집트 헌법 제53조와 제64조에 명시된 종교 자유 보장 원칙, 그리고 종교에 따른 고용 차별을 금지한 국제 조약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현재 이집트 정부는 1월 7일에 기념하는 콥트교 성탄절은 국가 공휴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 자유 단체들은 부활절 역시 같은 지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공식 달력에서 부활절이 제외되면서 기독교인들만 신앙생활과 직장·학업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에서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며, 대다수는 무슬림이다.

한편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최근 이집트를 미 국무부 특별감시목록(Special Watch List)에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정부가 심각한 종교 자유 침해를 자행하거나 묵인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집트의 신성모독법은 자신의 신앙을 표현하거나 변호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사용돼 왔다. 처벌은 벌금형부터 징역형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콥트교인 유튜버이자 연구자인 아우구스티노스 사만(Augustinos Samaan)은 온라인에서 기독교 신앙을 옹호하는 콘텐츠를 게시했다는 이유로 5년의 중노동형을 선고받았다. 현재도 이와 유사한 사건 수십 건이 형사법원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는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들의 공식 신분증에 기독교 신앙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종교 활동의 제약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픈도어(Open Doors)의 이전 보고서 역시 이집트 기독교인들이 교회와 예배처 설립 과정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공식 등록을 통해 일부 교회를 합법화하고 있음에도, 기독교인뿐 아니라 시아파 무슬림, 아흐마디야 공동체 등 소수 종교 집단이 여전히 신앙 표현과 종교 활동에 법적·행정적 제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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