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조셉 드수자 대주교의 기고글인 ‘확산된 침묵, RSS에 인도 기독교인을 묻자 벌어진 일’(The viral silence: What happened when the RSS was asked about India’s Christians)를 5월 5일(현지시각) 게재했다.
조셉 드수자 대주교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인권 및 시민권 운동가이다. 그는 남아시아의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을 옹호하며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단체인 ‘디그니티 프리덤 네트워크(Dignity Freedom Network)’의 설립자이다. 또한 인도 성공회 굿 셰퍼드 교회의 대주교로 섬기고 있으며, 전인도기독교협의회(All India Christian Council)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최근 인도에서 빠르게 확산된 한 영상은 세계가 좀처럼 보지 못했던 장면을 담고 있었다. 급진적 성향의 단체인 민족자원봉사단(Rashtriya Swayamsevak Sangh, RSS) 고위 지도자들이 예상치 못한 질문 앞에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지난 4월 23일, 람 마다브와 다타트레야 호사발레가 워싱턴의 허드슨 연구소를 나서던 순간, 미국 언론인 피터 프리드리히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민족자원봉사단이 기독교인을 공격한 것, 수녀들에 대해 폭력을 행사한 것 그리고 쇠고기를 먹었다는 이유로 소수자를 집단 폭행해 살해하는 사건에 관여하거나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답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차량에 올라 자리를 떠났고 질문에 대한 답은 듣지 못했다.
불과 몇 분 전 건물 내부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새로운 인도’라는 제목의 세션에서 호사발레는 민족자원봉사단이 해외 청중을 대상으로 자주 사용하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힌두교를 일반적인 의미의 종교가 아니라 고대 문명이며 포용적인 문화라고 설명했고, 우월주의 비판을 부인했다. 또한 민족자원봉사단을 인격 형성과 국가 봉사를 위한 풀뿌리 운동으로 묘사했다.
물론 민족자원봉사단이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기독교인과 소수자, 달리트 계층, 그리고 부족 공동체가 실제로 경험하는 인도와는 거리가 있다.
만약 힌두교가 진정 하나의 문명이라면, 왜 기독교 신앙에 대한 강한 억압이 존재하는가. 문명이라면 다양한 신앙이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인도 북부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에서 극단주의 단체들은 여전히 기독교 예배를 방해하고 교회를 훼손하며 단지 함께 기도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정을 괴롭히고 있다. 또한 10여 개 이상의 주에서 시행 중인 이른바 ‘개종 금지법’은 광범위하게 적용되며 개인의 신앙 선택까지 범죄로 취급하고 있다. 가정에서 드리는 기도 모임, 병든 이들이 치유를 위해 모이는 자리, 예수를 따르겠다는 개인의 결단까지 모두 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마하라슈트라 주에서는 가족 구성원 두 명만 기독교로 개종해도 이를 ‘집단 개종’으로 간주해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는 강압이나 조작을 막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개인의 양심 자체를 범죄화하는 조치에 가깝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인도를 힌두 정체성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민족자원봉사단의 오랜 이념적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민족자원봉사단은 포용을 말하지만, 그 포용은 ‘인도적’, 즉 힌두적 문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기독교와 다른 소수 종교는 이미 2천 년 가까이 인도에서 살아왔다. 인도는 결코 단일화된 사회가 아니었지만, 민족자원봉사단은 그것을 하나의 틀로 만들고자 많은 시도를 해왔다. 이 문제는 더 이상 인도 내부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민족자원봉사단이 미국에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는 것은 서방 국가들에서도 이 단체와 관련 조직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도 내에서는 기독교인과 목회자, 기독 단체들의 입국과 활동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민족자원봉사단은 서방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2026년 연례 보고서에서 다시 한번 인도의 종교 자유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며, 민족자원봉사단과 관련 단체에 대한 제재를 권고했다. 인도 정부는 이를 편향된 보고서로 일축했지만, 보고서를 부정한다고 해서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족자원봉사단은 스스로를 세계 최대의 자발적 비정부 조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도 내에서는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 일반적인 단체나 공익 재단처럼 등록되어 있지 않으며, 정기적인 세무 보고나 상세한 재정 공개도 하지 않는다. 주요 재원인 ‘구루 닥시나’ 기부금 역시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반면 기독교 자선단체나 선교 병원, 그리고 많은 비정부기구들은 외국 기부 규제법에 따라 강한 통제를 받고 있으며, 면허 취소나 운영 중단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대비는 매우 뚜렷하다.
민족자원봉사단은 교육, 언론, 사회복지, 정치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성은 거의 요구받지 않는다. 특히 인도 인민당이 집권한 이후 민족자원봉사단의 규모와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델리에 새로 지어진 민족자원봉사단 본부는 최고급 시설로 평가된다. 이 자금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만약 정부의 간접적 지원이 있었다면, 왜 같은 지원이 빈곤층을 돕는 시민단체에는 제공되지 않는가라는 질문도 이어진다.
이처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은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워싱턴에서 벌어진 그 짧은 침묵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으며 더 큰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오늘날 인도는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로 부상하고 있다. 그만큼 종교 다양성과 제도적 책임성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진정한 문명은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독교인이나 무슬림 가정에서 드려지는 기도를 위협으로 느끼지도 않는다. 오히려 검증을 수용하고 모든 시민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인도가 이 시대의 가능성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비정부 조직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투명성을 확보하고, 재정에 대해 책임 있게 설명하며, 종교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인도’라는 구호는 현실이 아니라 구호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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