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거대한 악은 전쟁
도서 「가장 거대한 악은 전쟁」

전쟁은 정말 영웅과 승리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인간의 존엄과 양심을 파괴하는 가장 거대한 악인가. 하버드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뒤 20년 넘게 종군기자로 활동한 크리스 헤지스의 책 『가장 거대한 악은 전쟁』이 출간됐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중동지국장을 역임하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가 직접 목격한 전쟁의 참상과 미국 대외정책의 폭력성을 고발한 반전 기록이다. 저자는 전쟁을 낭만화하거나 영웅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이 개인과 가족, 공동체와 국가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 숨겨진 대가를 처절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미국을 “군대가 다스리는 정부”, 곧 군사정부적 체제라고 비판한다. 전쟁 준비가 초당적 공식이 되었고, 군사 예산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었으며, 군산복합체는 실패한 전쟁 속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는 전쟁이 이념이나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사업이 되었음을 날카롭게 폭로한다.

책의 핵심은 전쟁의 신화를 벗겨내는 데 있다. 저자는 전쟁 기념물과 국가주의적 선전이 실제 전쟁의 참상을 가린다고 말한다. 그가 목격한 전쟁은 깃발과 영광의 언어가 아니라, 찢겨진 시신과 죽어가는 이들의 비명, 살아남은 자들의 정신적 붕괴로 이루어진 현실이었다. 전쟁 속에서 인간은 더 이상 고유한 인격이 아니라 숫자와 물건,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가장 거대한 악은 전쟁』은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가 언제나 민간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현대 전쟁은 군인 간의 충돌을 넘어 민간인을 대량으로 살상하고 공동체 전체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이를 오늘날 전쟁의 ‘뉴노멀’로 규정하며, 그 현실을 외면하는 지성인과 정치권력, 언론의 침묵을 비판한다.

특히 이 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시온주의와 기독교 시온주의의 결탁을 주요하게 다룬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폭력과 제노사이드를 고발하면서, 종교가 국가 권력과 결합할 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이스라엘 비판을 곧바로 반유대주의로 몰아가는 담론이 어떻게 전쟁과 점령의 현실을 은폐하는지 문제 삼는다.

책은 미국 기독교인들이 왜 이스라엘을 지지해왔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묻는다. 성경 속 고대 이스라엘에 대한 친숙함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동정이 현대 이스라엘 국가의 폭력성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진실, 정의, 평화가 시온주의 정치와 제국주의적 이해관계 속에서 어떻게 배반되고 있는지 추적한다.

부록 역시 책의 문제의식을 확장한다. 일란 파페, 노르만 핀켈슈타인, 제프리 색스, 존 미어샤이머 등 여러 지식인의 강연과 대담을 통해 이스라엘 전쟁 정책, 팔레스타인 점령, 미국 제국주의, 군산복합체의 이익 구조를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전쟁이 단지 전장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언론, 학계가 얽힌 구조적 폭력임을 보게 된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무겁다. 우리는 전쟁을 통해 무엇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가. 국가와 종교, 안보와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의 생명과 양심이 얼마나 쉽게 희생되는가. 그리고 전쟁의 신화에 길들여진 대중은 왜 진실보다 신화를 선택하는가.

『가장 거대한 악은 전쟁』은 불편한 책이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전쟁을 먼 나라의 정치적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전쟁은 인간 내면의 악, 국가주의의 광기, 종교와 권력의 결탁, 자본의 탐욕이 한곳에서 폭발하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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