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건설 현장에서 44년을 걸어온 한 평신도의 삶은 어떤 신앙의 고백으로 남을 수 있을까. 천명선의 신간 『흐르는 물처럼』은 그 질문에 대한 한 권의 응답이다. 빠르고 치열한 세상의 논리 한가운데서도 “흐르는 물처럼” 하나님의 순리를 따라 살기를 갈망해온 저자의 삶과 신앙의 고백이 담겼다.
이 책은 화려한 신학 담론이나 거창한 영적 수사를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흔들림과 실패, 질병과 위기, 사명과 감사 속에서 한 사람을 빚어가신 하나님의 손길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증언한다. 그래서 『흐르는 물처럼』은 단순한 신앙 에세이를 넘어, 한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쓴 간증록’이라 부를 만하다.
책 제목이 상징하듯 저자는 흐르는 물의 영성을 말한다. 물은 거스르지 않고 순리를 따라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마침내 더 큰 물줄기에 자신을 던진다. 저자는 바로 그 모습이 그리스도인의 삶이어야 한다고 고백한다. 자기 의지와 성취를 앞세우기보다 하나님 안에서 자연스럽게 빚어지고 낮아지며 흘러가는 삶, 그것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건설업이라는 전문 영역에서 평생을 살아온 저자는 자신의 일터를 단지 생업의 현장이 아니라 하나님께 위탁받은 사명의 자리로 바라본다. 과거에는 성공과 성취의 도구로 신앙을 이해했던 자신이 무너짐의 경험을 통해 변화되었고, 이후 “무슨 일을 하든지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을 품고 청지기 의식으로 일터를 섬기게 되었다는 고백은 책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특히 책은 일터 영성(workplace spirituality)을 한국 교회 평신도 현실 안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감리단장으로서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시선, 현장을 찾는 이들에게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대접하며 화목을 일구는 작은 섬김, 분쟁과 갈등의 공간에서 ‘피스메이커’로 살고자 하는 결단은 신앙이 일상과 노동의 자리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의 손을 잡고 오늘도 가장 견고한 사랑의 성벽을 쌓아 올린다”는 표현은 건설인의 언어로 풀어낸 복음적 세계관이기도 하다.
이 책이 더욱 울림을 주는 이유는 고난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하나님을 만난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극심한 불안과 육체의 병을 지나며 시편 말씀을 붙들고 치유를 경험한 이야기, 암 진단과 치료 과정을 통과하며 “앞일은 알 수 없으나 남은 시간도 주님 은혜로 살아갈 것”이라 고백하는 장면들은 독자들에게 묵직한 신뢰를 남긴다.
저자는 고난을 실패가 아닌 “새롭게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축복의 통로”로 증언한다. 이것은 추상적 교훈이 아니라 삶으로 검증된 고백이기에 설득력을 얻는다.
『흐르는 물처럼』은 동시에 교회와 공동체를 통해 빚어지는 신앙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저자가 몸담아온 영적 공동체 한소망교회의 기억을 통해 결국 그리스도인은 홀로 자라는 존재가 아니라 교회를 통해 형성되고 빚어지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책 곳곳에는 감사 신학 또한 깊게 흐른다. 감사는 형편이 좋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이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지켜내야 하는 믿음의 고백이라는 통찰은 오늘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도전을 준다. “모든 위기는 본질로 돌아가라는 하나님의 사인”이라는 고백은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히 현대인의 영적 상태를 ‘영적 비만’이라는 독특한 비유로 성찰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빠른 정보와 인스턴트식 신앙에 익숙해진 시대 속에서 저자는 느리지만 깊은 영혼의 훈련, 꾸준한 ‘영적 운동’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묵상 차원을 넘어 오늘 교회와 성도들의 신앙 습관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들꽃 묵상과 자연의 언어는 또 다른 여운을 남긴다. 비바람을 맞고 피어나는 들꽃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 사랑의 눈으로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는 묵상은 책의 영성을 더욱 부드럽고 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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