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비공식 거주지 철거 작업이 재개되면서 주민들과 당국 간 충돌이 발생했다고 4월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DI는 기독교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 철거 대상에 포함되면서 소수 종교 공동체의 주거권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기독교 공동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13일 이슬라마바드 알라마 이크발 거주지(Allama Iqbal Colony), 일명 샤퍼 거주지(Sharper Colony)에서는 수도개발청(Capital Development Authority, CDA)이 경찰과 함께 중장비를 동원해 불법 건축물로 규정된 주택 철거에 나서면서 주민들과의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지역에는 약 1,300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다수 주민은 청소, 가사 노동 등 저소득 직종에 종사하는 기독교인들로 알려졌다.
지역 사회 지도자들에 따르면 철거 작업을 둘러싸고 약 5시간 동안 긴장 상태가 이어졌으며,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당국이 일시적으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기독교 지도자 임란 샤자드 사호트라는 정부 관계자들이 폐기물 처리 시설을 봉쇄하고 일부 가정의 자물쇠를 파손한 뒤 가재도구를 거리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추가 철거가 예정된 건물들이 표시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호트라는 오랜 기간 노동으로 마련한 집에서 보상 없이 쫓겨날 경우 생계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 상당수가 장기간 거주해 왔지만 대체 주거지를 마련할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장기 거주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하거나 적절한 보상과 대체 주거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키스탄 철거 정책 확대… 기독교 공동체 주거권 우려 제기
수도개발청은 이슬라마바드 내 최소 4개 비공식 정착촌을 정비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 가운데 일부 지역에는 기독교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 소수 종교 공동체의 주거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일용직 노동자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주민들이 거주지를 잃을 경우 생계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공식 정착촌은 주거 비용 부담이 큰 도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정식 주택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소수 종교 공동체는 이러한 지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지역 지도자들은 정부가 강제 철거 대신 제도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인 4월 14일에는 누르푸르 샤한(Noorpur Shahan) 지역에서도 유사한 철거 작업이 진행되면서 경찰과 주민 간 충돌이 발생했다. 시위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돌을 던지고 차량에 불을 지르면서 최소 8명의 경찰과 주민들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군중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와 진압봉을 사용했으며 이후 해당 지역 주택 상당수가 철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최근 6개월 동안 이 지역에서 1만3천 채 이상의 주택이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 비판 이어져… 강제퇴거 정책 개선 요구
인권단체들은 이번 철거 조치가 도시 빈곤층과 종교적 소수자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ssion of Pakistan, HRCP)는 4월 13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당국의 철거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회의에는 활동가와 법률 전문가, 지역 대표 등이 참석해 비공식 거주지 강제 철거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2015년 파키스탄 대법원이 적법 절차 없이 비공식 거주지를 강제 철거하는 것을 제한한 판결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RCP는 성명을 통해 저소득층을 고려하지 않은 철거 정책이 주거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십 년 동안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정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HRCP는 이슬라마바드 내 약 50만 명이 비공식 정착촌에 거주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공 주택 정책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성명에서는 장기간 노동으로 형성된 정착촌이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삶의 기반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인권단체들은 강제 철거가 지속될 경우 취약 계층의 주거 불안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주요 도시 가운데 이슬라마바드가 비공식 거주지를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법적 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국제적으로는 비공식 거주지를 도시 계획에 포함시키는 정책이 활용되고 있지만 관련 제도 도입이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주거권이 파키스탄 헌법 제9조가 보장하는 생명과 존엄의 권리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당국이 법원 판결을 준수하고 강제 철거 대신 재정착과 주거 지원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