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기독교가 쇠퇴한 이유가 세속화가 아닌 교회의 내부가 비어 가면서 붕괴한 것이란 진단이 미국 복음주의 진영에서 나왔다. 유럽의 크리스천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을 믿지 않기로 한 게 아니라 믿음을 문명과 습관, 기억으로 바꾼 결과라는 지적이다.

하나님의 복음주의 교회(Evangelical Church of God)의 의장인 리처드 하웰 박사는 최근 미국 크리스천 포스트(CP)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의 교회가 쇠퇴한 원인을 외부에서 들어온 세속주의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비판했다. 과학이나 자유주의, 또는 “밖에 있는” 도덕적 타락 등 세속주의에 물든 게 원인인 것처럼 말하지만 실은 이런 외적 요인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내부로부터 속이 텅 비게 된 게 진짜 원인이라는 거다.

그는 “유럽이 어느 날 아침 갑자기 하나님을 믿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런 설명은 너무 단순하고, 현대 세속주의를 지나치게 미화한다”라며 오늘 유럽 교회의 현실을 단순히 무신론자들이 논쟁에서 승리한 이야기로 귀결하려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이어 “유럽의 대성당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고, 정치 지도자들은 필요할 때마다 ‘기독교 가치’를 언급하며, 인구 조사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표시한다”라며 이런 현상을 “제자도 없는 유산, 순종 없는 기억, 회개 없는 정체성”에서 찾았다.

그는 기독교에 의해 형성된 유럽이라는 공동체가 예술과 음악, 도덕적 언어, 대학, 공적 상상력 등 모든 분야에서 있어 기독교적 전제에 깊이 물들어 세계관을 구성하는 틀로 작용한 그 속에 “독이 숨어 있었다”라고 했다. 기독교가 문명 자체가 되면서 그리스도와 문화, 복음과 권력, 세례와 소속을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진 순간 교회의 쇠퇴가 시작됐다는 거다.

그는 또 디트리히 본회퍼가 언급한 “‘값싼 은혜(cheap grace)’라는 표현이 강력한 울림을 준다”라며 “회개 없는 용서, 순종 없는 소속, 그리스도 없는 종교를 제공하는 법을 배우는 바람에 오늘 십자가에 대해 침묵하는 유럽교회가 만들어졌다”라고 지적했다.

하웰 박사가 ‘유럽의 기독교는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교회가 스스로 넘겨준 결과였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짚은 유럽교회의 현실은 한국교회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한국교회에 스며든 ‘값싼 은혜’가 영적인 공동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렇다. 한국교회에 모이는 수와 재정 규모에 있어 세계적인 교회가 즐비하지만, 회개와 거룩함에 있어선 이미 유럽교회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처음에 믿음으로 시작했다가 문명이 되었고, 그다음에 습관이 되었으며, 기억이 되고만” 유럽교회의 전철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처음의 ‘믿음’으로 돌이킬 것인가 그 기로에 지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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