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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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빈곤과 부채 상황을 이용해 기독교인 노동자에게 이슬람 개종을 강요하고, 그 여파로 자녀들의 기독교 신앙 정체성까지 제한되는 사례가 제기되면서 종교 자유 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카수르 지역 풀나가르에서 벽돌 가마 노동자로 일하는 한 기독교인 가정은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종교 정보 때문에 가족 전체가 신앙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수프얀 마시흐는 자신의 부친 사디크 마시흐가 과거 고용주에게 진 빚으로 인해 이슬람으로 개종하도록 압박을 받았고, 이 사실이 국가 신분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면서 가족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가 국가기록상 무슬림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자녀들 역시 기독교인으로 등록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공식 문서에 반영하고 싶지만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에서는 국가신분증(CNIC)이 교육, 취업, 금융 서비스 이용, 선거 참여 등 사회 전반에서 필수적인 신분 증명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종교 표기 문제는 개인의 기본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평가된다.

빈곤과 부채 구조 속 종교 강요 의혹…벽돌 가마 노동 환경 문제

CDI는 해당 사건은 파키스탄 벽돌 가마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사디크 마시흐는 가족 생계를 위해 라호르 자티 우므라 지역의 벽돌 가마에서 장기간 노동했으며, 약 15년 전 아내가 중병에 걸리면서 치료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고용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수프얀 마시흐는 당시 약 40만 파키스탄 루피를 빌린 이후 지속적인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가난한 노동자가 빚을 지면 사실상 종속 상태가 된다”며 “교육을 받지 못한 아버지는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경제적 압박 속에서 사디크 마시흐는 공식 기록상 이슬람으로 개종됐고, 국가 데이터베이스에는 ‘무함마드 사디크’라는 이름으로 신분증이 발급됐다. 가족 측은 해당 개종이 자발적 선택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수프얀 마시흐는 “아버지는 마음으로 신앙을 바꾼 것이 아니라 생계 의존 상황에서 강요받은 것”이라며 “서류상으로만 다른 사람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족은 다른 벽돌 가마로 옮겨 생활하고 있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가 신분제도와 종교 등록 문제…기독교 신앙 표기 제한

CDI는 문제가 부친의 종교 변경 기록이 자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국가데이터베이스등록청(NADRA)은 부모 정보와 연동된 가족 등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부모가 무슬림으로 기록된 경우 자녀 역시 동일한 종교로 등록되는 구조다.

가족 측은 이러한 행정 체계로 인해 자녀들이 기독교 신앙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프얀 마시흐는 “우리는 기독교 신앙 안에서 성장했는데 신분증을 받기 위해 신앙을 부정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신분증이 없으면 교육과 취업 등 사회생활 자체가 제한된다”며 “헌법이 보장한 종교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원래 이름과 신앙을 회복해 달라”고 호소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에서 공식 기록상 무슬림으로 등록된 사람이 다른 종교로 변경하는 절차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한다. 행정적 오류 입증 등 제한적 경우를 제외하고 종교 변경은 사실상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독교 변호사 라자르 알라 라카는 “헌법상 종교 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이슬람에서 타 종교로 변경하려는 시도는 사회적·법적 장벽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종교 자유 논쟁과 기독교 박해 문제 확산

파키스탄 헌법은 종교 신앙과 실천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국가 종교로 이슬람을 규정하고 있어 법적·사회적 긴장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종교 변경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종교 자유와 소수자 권리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종교 감정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될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하고, 종교 관련 혐의가 사회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은 종교 변경 요청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권단체들은 파키스탄 벽돌 가마 산업에서 노동자들이 빚에 묶여 취약한 지위에 놓이기 쉽고, 종교적·사회적 압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 왔다.

파키스탄은 전체 인구의 96% 이상이 무슬림 국가로, 국제 기독교 단체 오픈도어즈(Open Doors)가 발표한 2026년 세계 기독교 박해 감시 목록에서 기독교 박해가 심각한 국가 상위권에 포함됐다.

가족 측은 국가 기록에서 원래의 기독교 이름과 종교를 회복하고 자녀들이 기독교인으로 신분증을 발급받는 것이 유일한 요구라고 밝혔다. 수프얀 마시흐는 “우리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며 종교 정체성 회복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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