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달려온 삶의 한가운데서 잠시 멈춰 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해야 할 일은 늘 앞에 있고, 속도를 늦추는 순간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이 따라붙는다. 신간 <숨 고르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독자에게 조용히 말을 건다. “이제, 숨을 고를 시간”이라고.
<숨 고르기>는 산정현교회 창립 120주년을 맞아, 31년간 한 교회를 섬겨 온 목회자가 은퇴를 앞두고 남긴 신앙의 기록이다. 이 책은 은퇴를 기념하기 위한 회고록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함께 걸어온 성도들에게 건네는 감사의 인사이며, 쉼의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을 바라보는 고백에 가깝다. 저자는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거나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바쁜 삶 속에서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마음의 풍경과,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변함없이 동행해 온 하나님의 은혜를 담담한 언어로 풀어낸다.
책의 제목인 ‘숨 고르기’는 단순한 휴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여유를 얻어 삶의 방향을 가다듬는 시간, 그리고 신앙의 속도를 점검하는 내면의 멈춤을 뜻한다. 저자는 쉼이 결코 낭비가 아니며, 오히려 삶과 사역의 ‘마침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임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전한다. 하나님이 창조 사역을 마친 후 쉬셨다는 성경의 장면을 떠올리며, 쉬지 못하는 태도야말로 교만일 수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대목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책에 수록된 글들은 일상의 언어로 쓰인 짧은 묵상들로 구성되어 있다. 밤을 새워 공부하고 사역하던 시간, 연탄처럼 자신을 태우는 사랑에 대한 고민, 교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성찰, 그리고 하나님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의 내면까지, 삶과 신앙의 구체적인 장면들이 차분히 펼쳐진다. 저자는 세상이 어두운 밤처럼 느껴질 때에도, 그 밤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다가올 아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숨 고르기>는 삶이나 신앙의 속도가 너무 빨라 숨이 가쁜 이들, 오랜 신앙생활 속에서 마음이 무뎌졌다고 느끼는 이들, 그리고 인생의 방향 앞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보다,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는 위로가 먼저 다가온다. 이 책은 독자에게 쉼을 처방하기보다, 쉼의 자리에 함께 앉아 조용히 동행하는 책이다. 분주함을 지나 하나님 앞에 잠잠히 머무는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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