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
도서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

지식은 넘쳐나지만 지혜는 희미해지고, 배움의 형식은 남아 있으나 그 목적은 흐려진 시대다. 시험과 성취, 효율과 경쟁을 중심으로 재편된 ‘공부’는 더 이상 삶을 성찰하거나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언어가 되지 못한다. 이러한 시대적 공백 속에서 철학자이자 신학자, 그리고 한 그리스도인 지성으로 살아온 강영안 교수가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을 통해 공부의 본령을 다시 묻는다.

이 책은 단순한 학습법이나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대담자 최종원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펼쳐지는 이 책은, “우리는 무엇을 배우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오늘의 한국 사회와 교회가 겪는 가장 큰 결핍을 ‘어른다운 어른의 부재’로 진단하며, 공부란 그 공백을 메우는 인간 형성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공부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기 자신과 세계, 그리고 타자 앞에서 책임 있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삶의 여정이라는 것이다.

강영안 교수가 말하는 공부의 핵심은 ‘지혜의 회복’이다. 이는 정보를 많이 아는 상태가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일상의 순간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감수성이다. 그는 공부를 “애써 마음을 집중하는 일”로 정의하며, 집중 없는 성취는 없다고 단언한다. 물건을 쥐고, 사물을 구별하고, 숫자를 세는 가장 기초적인 행위들조차 삶의 공부의 결과이며, 인간은 공부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삶이 공부이기를 멈추는 순간, 삶은 새로움과 생동감을 잃고 주어진 틀에 고착되고 만다.

이 책은 오늘날 지식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지식이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참된 지식은 정보 차원에 머물지 않고 인간을 변혁하고, 변혁된 인간을 다시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배움의 목적은 무지로부터 벗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 가능한 유능함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 공부는 결국 공감을 통해 관계를 맺고, 공동체 속에서 책임 있게 살아가는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교육과 배움의 방향을 묻는 질문들에 대해 저자는 근본적인 화두를 던진다.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는 인공지능의 발전 그 자체보다, 인간이 스스로 배우려는 능력, 곧 ‘가르침 받을 수 있음(teachability)’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덜어내며, 새로운 것을 향해 열린 태도를 가질 때, 기술의 발전은 위협이 아니라 환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통찰이다.

공동선과 개인주의에 대한 논의 역시 이 책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저자는 전체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는 공동선의 과잉보다, 오늘날 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무한한 개인주의를 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지향하는 사회는 집단주의도, 개인주의도 아닌, 개인의 고유함이 존중되면서도 공동체 안에서 은사가 드러나는 사회다. 이는 공부가 개인의 성공을 넘어 공동체의 유익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은 공부를 삶과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는 형성의 과정으로 되돌려 놓는다. “삶은 선물이자 과제”라는 저자의 고백처럼, 우리는 주어진 삶에 응답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이 책은 바쁘고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다시 묻게 만든다. 왜 배우는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공부를 다시 삶으로, 지식을 다시 책임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깊고도 정직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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