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 인류 보편의 기본법
도서 「십계명, 인류 보편의 기본법」

유대–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전해 내려온 수많은 문헌 가운데, 오늘날까지 서양 문명과 인류의 윤리 질서에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긴 텍스트를 꼽자면 단연 십계명이다. 신간 <십계명, 인류 보편의 기본법>은 그리스도인이 너무 익숙하다고 여겨온 이 열 가지 계명이 실제로는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고, 어떻게 종교를 넘어 법과 윤리, 인권 개념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하는 책이다.

오늘날 십계명은 흔히 금지와 의무로 가득 찬 억압적 규범으로 오해되곤 한다. 실제로 근대 이후 십계명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도덕 규칙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특히 국가사회주의자들은 십계명을 ‘노예 도덕의 상징’으로 간주하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히틀러가 십계명을 인간의 본능을 왜곡하는 채찍으로 인식했던 사실은 상징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역설을 제기한다. 십계명이야말로 모든 시대와 모든 장소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도덕법칙이기 때문에, 전체주의 권력은 그것을 두려워했고 경멸했다는 것이다.

책은 십계명이 성경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부터 다시 살핀다. 구약성경에서 십계명은 핵심적인 위치에 놓여 있지만, 고대 유대교의 실제 종교 생활에서는 늘 전면에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신약성경에서도 선택적으로 인용될 뿐이며, 중세 후기까지 서양 정신사와 문화사에서 십계명은 오히려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한 흐름을 바꾼 인물이 바로 마르틴 루터다. 1592년 <소교리문답>을 통해 십계명은 처음으로 대중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며, 서양 사회의 윤리적 기초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책의 강점은 십계명의 ‘본래 의미’를 철저히 역사적·신학적으로 복원한다는 데 있다. 이방신 금지와 우상 금지는 고대 세계에서 유대교를 독보적인 종교로 만들었던 핵심 특징이었다. 형상 없는 유일신 숭배는 단순한 종교적 고집이 아니라, 신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의 전환이었다. 하나님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인간은 더 이상 다른 신적 권력과 봉신 관계를 맺을 수 없으며, 십계명의 첫 두 계명은 바로 이 자유의 경계를 분명히 설정한다.

안식일 계명 역시 단순한 종교 의무가 아니라, 창조의 완성에 참여하는 시간의 질서를 제시한다. 저자는 “엿새 동안은 네가 일을 해도 좋다”는 해석을 통해, 노동이 당연시되는 세계 속에서 멈춤과 쉼이 지닌 신학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부모 공경, 살인 금지, 간음 금지, 도둑질 금지, 거짓 증언 금지, 탐심 금지에 대한 해석 역시 도덕적 훈계에 머물지 않는다. 이 계명들은 가족과 재산, 공동체의 법적 안정과 사회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인 규범으로 작동해 왔다.

책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전통 속에서 십계명이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도 폭넓게 다룬다. 헬레니즘 유대교에서는 십계명이 토라의 요약으로 기능했지만, 성전 파괴 이후 랍비 유대교에서는 예배적 중심성을 잃었다. 그럼에도 유대교는 십계명을 세계 질서를 지탱하는 근본 말씀으로 이해해 왔다. 한편 쿠란에 나타난 계명 목록들은 십계명과 닮아 있으면서도, 행위보다 내적 태도와 의도를 더 강조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신약과 고대 교회의 해석 역시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예수는 십계명의 금지 범위를 내면의 태도까지 확장하며, 적극적인 실천을 요구했다. 바울은 십계명을 이웃 사랑 안에서 ‘완성되는 율법’으로 이해했다. 사랑은 율법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율법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전통 속에서 교부들은 십계명, 특히 두 번째 돌판을 ‘자연법’으로 이해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십계명이 외부에서 강요된 규범이 아니라, 이미 인간의 양심 안에 새겨진 법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책의 후반부는 십계명이 근대 이후 법과 인권 개념에 끼친 영향을 조명한다. 프랑스혁명의 표어, 그리고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 이르기까지, 자유와 평등, 존엄과 양심이라는 개념은 성경적 윤리와 자연법 전통 위에서 형성되었다. 십계명이 단지 종교 문서가 아니라 인류 공동의 윤리적 자산으로 기능해 왔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십계명, 인류 보편의 기본법>은 십계명을 과거의 신앙 규범으로 봉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와 권리가 무한히 확장되는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최소한의 윤리적 토대가 무엇인지 묻는다. 하나님과 이웃이라는 두 축 안에서만 자유가 형태를 갖는다는 이 책의 통찰은, 오늘의 사회와 교회 모두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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