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생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짊어져야 하는 과도한 돌봄 부담에 있다. 오늘의 젊은 세대는 자녀 양육 이전에 이미 고령의 부모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봐야 할 미래를 예상하며, 현재의 양육 부담과 미래의 부양 부담을 동시에 떠안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이중의 돌봄 부담은 출산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초저출생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살던 곳(AIP·Aging in Place)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보건 의료, 요양, 일상 돌봄, 주거 등을 통합 지원하는 제도이다. 영국의 커뮤니티 케어법,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스웨덴의 재가돌봄서비스 등 복지 선진국의 지역 기반 돌봄 모델과 유사하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돌봄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돌봄 (community care)이 핵심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돌봄의 공공 책임을 명문화하고, 분절된 서비스를 개인별 맞춤형으로 연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법은 노인과 장애인 돌봄을 더 이상 가족 개인의 책임으로 두지 않고,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공적 돌봄 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족이 감당해 온 돌봄 노동을 사회가 분담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삶의 부담과 미래 불안을 줄이는 구조적 개혁이다. 결혼 출산 양육에 대한 심리적 현실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돌봄통합지원법은 기존의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를 법제화한 제도로서 초저출생 극복을 위한 국가 책임 돌봄 정책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아동 돌봄 확대 정책과 함께 이 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아동부터 노인까지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는 통합적 돌봄 시스템 구축을 지향한다.
특히 초저출생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돌봄통합지원법의 개념과 적용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행 법이 주로 노인과 장애인 돌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통합지원대상자(제2조)를 확대해 아동·청소년·정신질환자 돌봄과 가족 돌봄 지원을 통합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지역사회 노인, 장애인을 비롯한 아동·청소년 돌봄 서비스를 하나의 돌봄통합지원체계 안에서 연계함으로써, 돌봄의 사회적 분담 메커니즘을 구축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민간돌봄 주체가 함께하는 돌봄보장위원회를 설치해 돌봄통합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이번에 복지부가 통합돌봄 시행에 따른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인구아동정책관, 노인정책관)에 통합돌봄지원관(정책과, 사업과)을 신설해 생애 주기별 돌봄 국가책임제 시스템을 갖춘 것은 다행이다. 관건은 노인·장애인 돌봄과 아동·청소년 돌봄이 상호 시너지를 내는 전 생애주기 돌봄 시스템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복지 공약인 ‘사각지대 없는 국가책임 복지’를 확실하게 실현하는 것이다.
튼튼하고 안정적인 공적 돌봄 시스템은 자녀 양육의 부담뿐 아니라, 부모 부양과 노후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완화해 준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당장의 출산율을 직접 끌어올리는 정책은 아닐지라도 지자체 주도의 커뮤니티 케어라는 원래 입법 취지에 맞게 시행 초기부터 지역 내 교회를 비롯한 NGO 등 다양한 민간자원과 거버넌스를 연계하여 돌봄통합의 기초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 이는 가족의 돌봄 부담을 사회적으로 해소하고 미래 사회의 불안을 낮추는 구조적 토대가 되어 초저출생 문제해결의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다만 이 법이 정착될 때까지 시행착오와 함께 돌봄 사각지대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그렇기에 지역 사회의 공공 돌봄 파트너로서 ‘마을 통합 돌봄 목회’를 세워 가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국교회는 사람 중심 돌봄의 존엄성, 지역 사회 공동체를 위한 연대, 그리고 생명 존중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를 비롯한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돌봄을 넘어 영적 돌봄까지 아우르는 전인적 통합돌봄(창 1:28)이 가능하도록,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른 한국교회의 깊은 관심과 협력을 통해 국가의 총체적 위기인 초저출생 초고령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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