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울이다
도서 「이것이 바울이다」

사도 바울은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많이 오해되고, 가장 좁은 틀 속에서 읽혀 온 인물이기도 하다. 율법주의를 해체한 신학자, 개인 구원의 논리를 체계화한 교리 설계자라는 익숙한 이미지 속에서, 바울은 종종 특정 교리의 근거를 제공하는 ‘해석된 인물’로만 남아 있었다. 톰 라이트의 신간 <이것이 바울이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새로운 교리를 제시하기보다, “우리는 과연 진짜 바울을 알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독자 앞에 놓는다.

톰 라이트는 바울을 그의 본래 자리, 곧 유대교적 세계관과 성경의 대서사 속으로 다시 데려온다. 율법과 언약을 사랑했던 ‘유대인 중의 유대인’ 바울, 하나님이 악한 권세를 무너뜨리고 자기 백성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하실 날을 기다리던 열정적인 유대 청년으로서의 바울을 복원한다. 다마스쿠스 도상에서 바울이 만난 복음은 단순히 개인의 죄 문제를 해결하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참된 왕으로 즉위하셨다는 선언, 곧 세상의 질서를 뒤흔드는 소식이었다.

이 책에서 복음은 ‘설명’이 아니라 ‘선포’로 제시된다. 바울에게 복음이란 “예수는 주님이시다”라는 선언이었고, 그 선언 앞에서 인간에게 허락된 응답은 하나였다. 그 왕을 따르고, 그분의 백성이 되는 것이다. 톰 라이트는 이 점을 통해 복음을 개인적 내면의 문제로 축소시켜 온 현대 기독교의 익숙한 관성을 조심스럽게 흔든다. 바울이 기뻐 전했던 복음은 개인의 심리적 안정을 넘어, 세상의 거짓 권세와 우상적 질서를 무너뜨리는 공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칭의’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정돈한다. 칭의를 개인의 내적 변화나 신앙 상태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하나님의 법정에서 울려 퍼지는 선언, 곧 “너는 나의 참된 언약 백성이다”라는 공적 선포로 설명한다. 이 선언을 받은 사람들은 세상에 남아 있는 거짓 권세와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이 세상을 바로 세우실 날을 바라보며 살아가도록 부름받는다. 톰 라이트는 이를 통해 칭의를 개인주의적 구원론이 아니라 언약 공동체 중심의 신앙 언어로 회복시킨다.

<이것이 바울이다>는 바울 신학의 방대한 논쟁을 모두 다루는 학술서가 아니다. 대신 바울 신학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평이한 언어로 풀어낸 입문서다. 바울을 통해 성경 전체를 언약의 흐름 속에서 다시 조망하게 하고, 초대교회를 역동적으로 만들었던 복음의 본래 힘을 오늘의 독자에게 전달한다. 개인 구원 중심의 성경 읽기에 익숙한 독자, 바울을 어렵고 멀게 느껴 왔던 독자에게 이 책은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거짓 권세와 가치들이 신앙의 이름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톰 라이트는 바울의 목소리를 통해, 그 모든 권세 앞에서 다시 묻도록 이끈다. “예수는 주님이시다.” <이것이 바울이다>는 이 고백이 지닌 무게와 깊이를 다시 회복하게 하는 책이며, 바울을 기뻐 춤추게 했던 ‘왕의 즉위’의 복음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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