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원호 교수
제원호 교수. ©기독일보DB

제원호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가 최근에 열린 제69회 창조론온라인포럼에서 ‘오래된 우주와 창세기 1장: 재조명하기’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제 교수는 먼저, 성경의 신뢰성 문제를 언급하며 하나님과 성경이 절대적 진리임을 전제로 논의를 시작했다. 그는 “성경이 현존하는 어떤 고대 문헌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사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보존 상태 또한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약성경의 경우 헬라어 사본만 약 5천8백 권에 이르고, 원본과 사본 사이의 시간 간격도 25년에서 50년 정도”라며 “또한 사본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40만~50만 개의 차이 가운데 실제로 의미 있는 차이는 1% 미만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에서 성경은 원본 텍스트로서 매우 높은 신뢰성을 지니고 있으며, 구약성경 역시 사해사본의 발견을 통해 본문 일치성이 압도적으로 확인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해 기적과 같은 성경 사건들이 증인이 존재함에도 비역사적으로 해석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학에 대해서는 자연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제 교수는 “성경적 관점에서 자연은 창조주의 그림자이며, 과학은 관찰과 검증을 통한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지식을 쌓아가는 체계적인 과정”이라며 “다만 과학적 지식에는 가설과 해석이 포함되며, 이러한 과학적 내용이 성경과 모순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가능하다. 이를 통해 창조주의 존재에 대한 부분적인 이해에 이를 수 있지만, 과학 자체가 절대적 진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과학과 성경을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전제는 진리로서의 성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고 강조했다. 제 교수는 “성경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해석이 필요하며, 성경 해석의 기본 전제는 창조주가 절대 불변의 존재이고 인간과 계시를 통해 소통하신다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같은 계시를 두고도 신앙인들 사이에서 해석이 서로 다른 이유는 각 해석이 모순이기 때문이 아니라, 실상에 대해 다양하게 드러난 여러 현상, 즉 그림자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신학 역시 하나의 학문이며 과학과 마찬가지로 이성을 사용한다. 창조론의 전제는 성경에 계시된 창조주의 존재를 인정하는 유신론적 관점이며, 창조론은 과학적 연구 그 자체보다는 과학적 발견에 대한 해석과 조명을 주된 방법과 목적으로 삼는다”고 했다.

또한 “계시를 이해하는 데에도 학문적 이성이 사용되며, 그 결과 성경은 문자적으로 혹은 비문자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문자적 해석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신앙, 신학, 과학적 관점 속에서 이해해야 하며, 문자적 성경 해석 자체도 재조명이 필요하다”며 “반면 진화론은 창조주의 존재를 배제하는 무신론적 관점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 역시 해석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제 교수는 창조와 진화의 논쟁이 단순히 종교와 과학의 대립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논쟁의 본질은 유신론이냐 무신론이냐의 문제이며, 그 차이는 결국 인격적인 신의 존재를 인정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며 “자연의 법칙은 인격적인 신의 지적인 속성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성경의 하나님은 온전한 인격을 지닌 창세기의 하나님이다. 또한, 무신론자 역시 객관적인 관점에서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창조론이 왜 과학이 되려 하는가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모든 시작에는 창조가 있었고, 그 이후에 진화와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 교수는 “현재의 진화론이 많은 연구 성과를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근원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주 만물의 첫 시작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며, 하나님이 긴 시간 속에서 우연의 방법을 통해 진화를 이루었다는 주장은 부분적인 이해에 머문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기독교인이 진화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제기했다. 그는 초기 기독교가 그리스 철학, 특히 플라톤주의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혼합주의를 경계했으나 그것이 충분히 지켜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례를 언급하며 “과학 자체는 신앙에 위협이 되지 않지만, 진화론은 신앙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긴 시간의 개념이 곧 진화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긴 시간 자체가 기독교 신앙을 위협하는 것도 아니”라며 “성경과 과학 사이에서 모순이 발생할 때 성경을 은유적으로만 해석하거나 성경보다 과학을 우선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진화와 관련해 받아들일 사실은 받아들이되, 진화론 자체는 경계하고 그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경의 권위에 대해서는 가장 중요하며 문자적으로 받아들인다. 다만 문제는 성경에 등장하는 ‘하루’가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하루와 동일한지에 대한 해석”이라며 “시간의 문제와 본질을 다룰 때 시간의 상대성을 고려해야 하며, 특별히 오래된 우주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오래된 우주가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 교수는 “유신진화론이든 창조과학이든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들이 서로 다른 해석을 가지고 있지만, 진화론 자체인 진화주의를 경계하고 그 한계를 인정하는 가운데 오래된 우주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상호 간의 대화가 가능해진다”며 “유신진화론과 창조론은 모두 이성과 신앙이라는 두 측면을 함께 지니고 있으며, 과학 이론은 계속 변화해 간다. 결국 차이는 근원을 이성으로만 설명하려 하느냐, 아니면 이성을 넘어 절대 진리로 나아가느냐에 있다”고 했다.

아울러 토마스 아퀴나스의 겸손을 언급하며 “아퀴나스가 이성을 존중했지만 동시에 이성의 한계도 분명히 인정했다”며 “신앙을 가진 창조론자이든 유신진화론자이든 해석의 영역에서는 성령의 도우심이 없다면 결국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본래의 의도가 왜곡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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