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교수
박찬호 박사 ©기독일보DB

박찬호 박사(백석대 부총장,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가 최근에 열린 제67회 창조론온라인포럼에서 ‘기후 변화와 생태계 위기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 박사는 “오늘날 인류는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 앞에 서 있다. 21세기의 일사분기를 지나고 있는 시점에 우리는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경제적 번영을 누리는 동시에, 그 이면에서 지구 생태계의 근본적 불안정성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흔히 환경문제를 근대 산업사회의 산물로만 여기지만, 사실 인간의 자연 파괴는 농경의 시작과 더불어 지속되어 왔다”며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에 의존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체계의 확산은 국지적이던 자연 훼손을 전 지구적 차원의 위기로 비약시켰다”고 했다.

또한 “수억 년에 걸쳐 축적된 태양에너지를 단기간에 대량 소모함으로써 지구의 에너지 흐름과 물질 순환이 심각하게 교란되었고, 그 결과 기후체계 전반의 불안정화가 초래되었다”며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는 단순한 평균기온 상승을 넘어, 생태계의 붕괴와 인류 문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기로 대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후변화는 자연적 변동의 범위를 넘어 인간 활동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며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는 지구 평균기온을 상승시키며, 이는 해수면 상승, 폭염·폭우와 같은 극한기상현상, 생물종의 대량 멸종 등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반영하여 오늘날 학계와 시민사회는 ‘기후변화’라는 용어 대신 ‘기후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기후위기는 단지 환경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 기반을 뒤흔드는 전 지구적 재난이며, 나아가 문명사적 전환을 요구하는 총체적 위기”라며 “이와 같은 현실은 기술적 해결책이나 정책적 개선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존재하며, 무엇을 위해 이 지구에 살아가며, 이 우주 안에서 어떤 책임을 다해야 하는가”라며 “이러한 물음은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존재론적·윤리적 차원의 응답을 요구한다”고 했다.

박 박사는 “이러한 맥락에서 1974년 브랜던 카터가 제시한 인간원리(Anthropic Principle)는 중요한 사유의 전환점을 제공한다”며 “인간원리는 우주의 물리적 상수와 조건들이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도록 정교하게 조율되어 있음을 성찰하게 하며,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우연성 너머에 있는 경이와 책임을 일깨운다”고 했다.

더불어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말하듯, 과학과 신학의 대화 속에서 인간원리는 단순한 물리학적 가설을 넘어 인간과 생명 공동체에 대한 감사, 경외, 윤리적 책무를 자각하게 하는 신학적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그는 영화 ‘돈 룩 업’을 인용하며 “혜성 충돌이라는 극적 서사를 통해 단순한 재난 묘사를 넘어, 인류 문명 자체의 존재 조건을 성찰하게 한다”며 “작품이 드러내는 본질적 문제는 자연적 파국 그 자체에 있지 않고, 이를 직시하기를 거부하는 인간의 선택, 그리고 정치·경제·사회 구조의 자기기만적 회피에 있다. 이러한 서사는 오늘날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라는 현실적 상황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으며, 위기의 근원이 외적 요인이 아닌 인류 내부의 태도와 결정에서 비롯됨을 강조한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성찰은 인간원리와도 연결될 수 있다”며 “우주는 인간을 가능하게 하는 정밀한 조건들을 통해 생명을 유지해왔지만, 이러한 조건은 영속적 보장이 아니라 취약한 균형 위에 놓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원리가 시사하는 것은 인류가 우주적 조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임을 전제하지만, 동시에 그 존재 가능성이 자명하거나 자동적이지 않다는 점”이라며 “즉,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은 확정된 운명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박 박사는 “기후위기의 현실은 인간원리가 열어 보인 가능성이 더 이상 무조건적으로 주어져 있지 않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따라서 ‘돈 룩 업’은 단순한 풍자를 넘어, 인류가 자기 생존의 조건을 위협하는 주체일 수 있음을 학문적으로 환기한다”고 했다.

또한 “여기에서 인류의 과제는 과학적 경고를 수용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사회적 합의와 구조적 전환으로 연결하는 집단적 의지를 형성하는 데 있다”며 “자연적 조건 위에 세워진 우리의 문명이 인간적 선택에 의해 파괴될 수 있는 만큼, 그 지속 가능성 또한 인간의 책임적 결단에 달려 있다. 결국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원리가 함축하는 존재론적 질문과도 만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인류는 우연적 조건 속에서 주어진 생존 가능성을 당연한 권리처럼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그 조건의 섬세함과 취약성을 자각하며 책임적 태도를 선택할 것인가”라며 “인류가 후자의 길을 택할 때에만, 파국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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