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수단 기독교인(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 ©오픈도어

수단의 사실상 임시 수도 역할을 하는 포트수단에서 지난주 교회 2곳이 붉은색 스프레이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모두 시장 중심가에 위치한 곳으로, 이슬람 신앙을 강조하는 문구가 외벽에 적혀 있었다.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세계기독연대(CSW)’에 따르면, 수단 복음주의 장로교회 외벽에는 이슬람 신앙고백 샤하다(“알라 외에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그의 사자”)와 함께 꾸란 구절(“그분 외엔 신이 없다, 영화로운 보좌의 주님”)이 적혀 있었다. 인근의 정교회 건물에는 “알라는 영원하다”라는 문구가 스프레이로 쓰여 있었다.

두 교회는 경찰서와 정부 기관 인근에 위치하지만, 현재까지 당국의 공식 대응은 없는 상태다. 정교회는 CCTV를 통해 차량에서 내린 인물이 스프레이를 들고 접근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번 사건은 2023년 4월 시작된 수단군(SAF)과 신속지원군(RSF) 간 내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수도 카르툼이 전투로 붕괴된 뒤 수십만 명이 피난한 포트수단은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졌으나, 최근 종교 소수자를 겨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복음주의 교회 지도부는 지역 긴장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신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신도들이 낙서를 지우고 추상화처럼 보이도록 덧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도는 “이런 증오범죄가 방치되면 무엇이 다음일지 알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CSW 스콧 바워 대표는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내전 속에서 종교적 관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두려움 없이 예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단 북부 지역의 기독교인, 특히 누바산지대 출신 주민들은 오랫동안 복합적 차별을 겪어왔다. 다르푸르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RSF 연계 혐의를 받거나, ‘낯선 얼굴(Strange Faces)’ 정책 아래 이동 제한·임의 구금·즉결 재판을 당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리버나일주 아트바라에서 경찰이 피난민 임시 거처를 강제로 철거하고 카르툼 귀환을 강요하기도 했다.

한편 수단은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1,2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국내에서 피란을 떠났고, 3,000만 명이 지원을 필요로 한다.

최근 RSF가 다르푸르의 엘파셔를 장악한 뒤 민간인을 처형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제적 우려가 더욱 커졌다. 미국 복음전도자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머리에 총을 맞은 민간인들과 시신 더미”가 담긴 자료를 봤다고 비판했다. BBC는 RSF 전투원이 비무장 포로 9명을 사살하는 영상을 포함해 일부 영상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RSF는 2000년대 다르푸르 학살에 연루된 잔자위드 민병대에서 성장한 조직으로, 지도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헤메드티)가 금광 수익과 민병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해 현재 10만 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터키, 러시아 등이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단군은 최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UAE가 RSF를 지원해 ‘집단학살금지협약’을 위반했다며 제소했지만, UAE는 이를 “홍보용 정치극”이라고 일축했다.

2019년 오마르 알바시르 축출 이후 수단 정치의 핵심 세력으로 떠오른 헤메드티는 2021년 쿠데타를 주도하며 과도정부를 무너뜨렸다. 이후 그와 수단군 총사령관 압델 파타흐 부르한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전쟁이 촉발됐다.

현재 RSF는 다르푸르 대부분과 코르도판 일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통제 지역에서 사실상 ‘평행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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