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고신 미래교회포럼 개최
제19차 고신 미래교회포럼 진행 사진. ©장지동 기자

미래교회포럼(대표 권오헌 목사)이 24일 오후 서울시민교회에서 ‘설교와 정치참여(개혁주의 관점에서)-손현보 목사 설교 논쟁과 관련하여’라는 주제로 제19차 고신 미래교회포럼을 개최했다.

◇ 정교분리 원리와 그 오해에 대해

‘정치참여적 설교의 긍정성과 부정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윤태 교수(백석대)는 “손현보 목사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위반은 2025년 5월경,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교회 예배와 기도회에서 특정 후보(김문수 전 장관)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지지 영상을 상영한 혐의이고,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은 2025년 3월, 부산시 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교회에서 특정 후보(정승윤 후보)와 대담회를 열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하였고, 또한 같은 달 해당 후보의 선거 사무실에서 출정식 예배를 진행한 혐의”라고 했다.

이어 “손현보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에 소속된 목사로, 지난 9월 개최된 제75회 고신 총회는 손 목사 징계와 관련하여 각기 ‘고신을사랑하는성도들의모임’과 ‘고신애국지도자연합’을 필두로 상반된 찬반의 입장이 갈린 가운데 그와 관련한 안건을 다루었다”며 “고신 총회는 신학부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에 맡겨 1년 연구를 가결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논란의 주제는 국가와 교회의 관계, 그리고 목사가 예배 설교에서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입장표명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교분리의 원리는 근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와 교회(종교)의 관계를 설명하는 기본 원리로서 이는 국민의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에 대해 가져야 하는 기본 원리를 말한다”며 “역사상 정교분리를 헌법적 원리로 채택한 첫 번째 나라는 미국으로 1791년, 연방수정헌법 제1조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채택했다”고 했다.

이어 “정교분리를 오해하여 정교분리가 마치 교회와 국가 또는 교회와 정치가 완전히 분리된다는 식으로 왜곡 이해함으로 교회가 국가권력이나 정치적 문제에 침묵하는 것이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른 미덕이고 옳은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교분리의 원칙을 이처럼 마치 교회가 국가나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지거나 관여해선 안 된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교분리를 오해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성경은 교회가 사회적 공공성을 가지고 세상에서 사회적 순기능의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며 “성경은 그것이 교회의 사명임을 말하며 그럼으로 교회가 이런 사회적 공공성, 사회적 순기능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교분리는 특정 종교단체와 공권력의 정책적 유착을 금지하고 국가권력의 전횡으로부터 교회의 자유를 지키려는 원리이지, 교회가 국가나 정치와 같은 공적 영역에 대해 입을 다물라는 뜻이 아니”라며 “교회는 정치를 포함한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여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교분리 또한 본질적으로 이러한 종교의 사회적 순기능과 공공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정교분리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이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말하고 있는 정교분리란, 국가는 국민의 세속적 생활에만 관여할 수 있고 내면적, 신앙적 생활은 순전히 종교의 영역으로 국민의 자율에 맡겨 개입하지 않는다는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을 의미하는 것이지, 교회나 국가나 정치에 대해 단절 또는 무관심하라는 말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적 상황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은 이론적으로 그 본래의 의미야 어떻게 실제에 있어서는 이념과 정치적 진영논리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고 편파적으로 이해·적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제19차 고신 미래교회포럼 개최
김윤태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장지동 기자

그는 “목사는 설교에서 오로지 성경의 복음만 설교해야지 세속정치에 관련된 것을 설교해서는 안 된다거나, 교회의 사역은 신령하고 영적인 일에만 한정되어야지 이를 벗어나 정부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일을 해선 안 된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교분리에 관한 명백한 오해”라고 했다.

◇ 교회와 신자의 정치참여에 관해

김 교수는 “정교분리는 종교나 국가나 정치로부터 절대적으로 분리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는 정치로부터 절대적으로 초월해 있거나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고 특정 종교나 종파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가치를 국가 정치에 실현하고자 해서도 안 된다”며 “이런 점에서 기독교 정당은 기독교인들이 시민의 자격으로 정치단체로서 추진하고 개인의 차원에서 가입하는 것은 가능하나, 교회가 직접 기독교정당을 창당하거나 또는 교회의 이름으로 정당에 참여하거나 교회의 이름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당 활동과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시민으로서 신자의 신앙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그럼으로 국민들 개개인의 내면에 감동과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교회와 신자는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그러나 그럼에도 교회나 교단이 자신들의 신앙적 신념을 정치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들에게 속한 신자들에게 특정 정치단체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거나 명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선거철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목사의 설교에 대해

그는 “교회와 목사는 교회의 공공성을 인식함으로 하나님께서 세우신 공적 역할을 곧 빛과 소금으로서, 소경의 인도자로서, 선지자로서,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 정의와 평화 그리고 공동선의 증진에 기여해야 하는 것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세상의 왕 제사장 선지자로서, 교회의 공공성의 측면에서, 교회의 사명인 동시에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선거는 사회적 정의와 평화 그리고 공공선의 증진을 위한 시민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치행위”라고 했다.

김 교수는 “목사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내세우며 교회가 선거와 무관한 듯 해서는 안 된다”며 “물론 교회와 목사는 정당들 간의 투쟁과 경쟁에 대해서는 중립을 지켜야 마땅하지만, 그럼에도 목사는 선거철을 맞아 신자들에게 정부와 정치의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의미를 알게 하고, 그럼으로 시민으로서 신자들이 바른 정치참여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목사는 신자들이 후보자가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지지해야 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며 “그보다는 공의롭고 질서있는 사회를 위해 바른 정책을 추구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목사는 성경적 가치와 기준을 가르쳐 줌으로 신자들이 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가권력이나 정치세력은 목사가 하나님의 말씀의 빛에서 행하는 정당한 비판을 제한하거나 금해선 안 된다”며 “목사가 기독 신자에게 시민으로서 마땅히 하나님의 말씀의 가르침을 따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행해야 할 것을 설교하는 것은 목사의 권리이며, 이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고 했다.

제19차 고신 미래교회포럼 개최
토론 순서가 진행되고 있다(왼쪽부터 이세령 목사, 이성구 목사, 오세택 목사) ©장지동 기자

이어진 발제 및 토론 순서에서는 이성구 목사(필리핀 ARTS 학장), 오세택 목사(가나안농군학교 일가수도원), 이세령 목사(복음자리교회)가 참여로 진행됐다.

◇ “교회, 정치 중립 지향보다 복음의 본질 지키며 공공선 참여를”

오세택 목사는 “손 목사 식의 설교와 신앙 규정은 손 목사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성장주의의 번영신학에 함몰되어 복음과 교회의 방향을 상실한 세속화의 폐단을 손 목사와 그의 설교와 이에 열광하는 한국교회와 사회를 통해서 보았을 뿐”이라며 “손 목사의 정치 설교와 이와 유사한 설교가 한국교회 강단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오 목사는 “이 땅의 모든 설교자들은 본문 해석과 적용에 충실하되, 구속적 해석을 우선해야 한다. 왜냐하면 십자가 부활, 성령 부으심 안에 지상의 모든 비밀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메시지는 진영과 계파, 사상과 이념 위에 서서 상황에 맞게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교회는 정치적 중립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본질을 지키면서 공공선에 참여해야 한다. 왜냐하면 성경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상의 모든 진영과 계파, 사상과 이념 위에 있는 만고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교인들도 설교를 비판적으로 듣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바라건대 손 목사의 설교 비판으로 한국교회와 개혁주의를 지향하는 고신 교단 강단에 건강한 설교가 회복되어 개인의 심정과 온 세상에 의와 평강과 희락이 넘치는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 설교, 현실 재해석과 성도를 하나님 앞에 세우는 회개의 초대

이세령 목사는 “현실 비난이나 정치적 주장만 난무하는 언설은 설교가 될 수 없다”며 “설교는 현실을 말할 수 있고, 사회적 죄를 지적할 수도 있으며, 정치적 문제에 대해 성경적 관점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복음을 선포하고 회개로 부르기 위한 전제”라고 했다.

끝으로 이 목사는 “복음 없이 현실만 말하면 그것은 연설이며, 복음 없이 분노만 말하면 그것은 정치적 강연이다. 설교는 본문의 복음을 열어 현실을 재해석하고, 성도를 하나님 앞에 세우는 회개의 초대이다. 설교는 복음을 전파하는 일이며, 복음이 전파될 때에만 설교는 설교가 된다”고 전했다.

◇ “설교자가 다루지 못할 성역은 없다”

이성구 박사는 “한국교회는 이미 긴 세월 동안 정교분리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모습으로 대답해 왔다”며 “정의에 어긋난 국가권력에는 저항해야 하고, 비성경적 결정을 한 총회에 대해서도 무조건 승복할 수 없음을 천명해 왔다. 앞선 역사를 모두 무시하고 교회와 정치 운운하는 것은 내로남불이자 역사의 부정이고, 스스로 모순을 범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교회와 정치는 종교와 정치, 혹은 신앙과 정치로 대치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행위를 정치라고 부른다면 교회를 교회 되게 하는 요소는 신앙이기 때문”이라며 “설교 논쟁에서 극우라는 표현이 가능한가. 극우라는 표현은 철저하게 정치 사회적 현상을 일컫는 용어이다. 설교와 신학을 논하면서 극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로 비검한 프레임 씌우기의 일환일 뿐이다.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설교자가 다루지 못할 성역은 없다. 담대하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대적·구조적 죄를 깨닫고 제대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했다.

한편, 행사는 김형렬 목사(송도제일교회)의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발표 분석 순서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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