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차별금지법’ 입법의 불씨가 22대 국회에서 되살아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차별금지법’에 대해 국회 차원의 공론화를 제안했던 손솔 진보당 의원이 최근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자필 친서를 통해 ‘차별금지법’ 추진 의사를 밝히며 공동발의를 요청하고 나섰다.
손 의원은 지난 19일 의원들에게 보낸 자필 친서에 “22대 국회가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차별금지법’ 발의와 제정에 함께 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혐오 표현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고 처벌이 필요하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혐오와 차별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음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라고 했다.
손 의원은 또 “더 이상 차별과 혐오의 기준 그리고 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담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미룰 수 없다”라며 “부디 이번 정기국회 안에, ‘우리 국회는 차별을 허용하지 않겠다’라는 최소한의 메시지라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도록, 차별받고 배제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손 의원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차별금지법안’은 특정 행위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개인이나 집단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경우를 차별로 보고, 차별금지 사유를 성적지향을 비롯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출신민족 △인종·국적·피부색 △출신지역·출신학교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출산 △가족 형태·가족 상황·가정 내 지위 △종교 △사상·정치적 의견 △노동조합 가입 여부 △전과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 사실상 개인의 거의 모든 특성으로 확대했다. 또 2개 이상의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각각의 사유를 통합해 차별 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손 의원실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의 논의를 거쳐 지난 21대 국회 당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장혜영 정의당 의원안·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에서 일부 대목을 수정·보완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수정된 내용을 보면 규제 강도를 완화하기보다 기존 법안의 권한을 더욱 확장한 방향성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차별금지의 사유에 대해 이전보다 더 강화했다는 점에서 이 법안대로 법이 제정되면 국민 대다수가 역대급 역차별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이전 ‘차별금지법’안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부분은 피해 구제 체계다. 기존의 ‘국가인권위의 소송 지원’ 수준을 넘어, 국가인권위가 직접 피해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고, 차별 관련 집단소송도 가능하도록 규정을 크게 강화했다. 개인의 피해를 사실상 국가가 개입해 구제토록 한 거다.
또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차별시정정책위원회’를 신설해 정부 기본계획의 권고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가의 개입이 대폭 확대되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기존에 인권위 의견만 청취하던 정부에 훨씬 강력한 정책 개입 권한을 부여하는 건 논란의 소지가 많다. 아무리 차별 해소를 명분으로 한다더라도 정부 전반에 강력한 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건 시대 역행이란 비판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에서도 최근 들어 ‘차별금지법’ 관련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19일 성별·종교·장애·민족·인종·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적의·폭력을 공개적으로 조장하거나 선동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증오선동죄’ 신설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해당 개정안을 차별금지법·국가인권위법 개정과 함께 ‘인권개혁 3대 법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최근 확산하는 반중 집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차별·혐오 대응’이 핵심 정책 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점에서 향후 ‘차별금지법’이 공식 발의될 경우 입법을 위한 공조 대열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게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성별·장애·나이·인종·종교·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금지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자의 구제 조치를 규정한 법이다. 일부 인권단체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 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국회 법사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게 현실이다.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동성애 확산과 역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를 낸 게 주된 요인이다. 그건 곧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걸 의미한다.
그렇게 2007년부터 지난 18년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온 ‘차별금지법안’이 제22대 국회에서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반중시위 등 특정 국가와 국민을 반대하는 집회를 규제하기 위한 각종 법안 발의가 줄을 잇는 때를 기해 수면 위로 급부상하는 감이 든다. 이때야말로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다시 띄울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모든 정황으로 볼 때 22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법안 발의는 이제 시간문제라고 본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향한 차별과 혐오는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이건 사회공동체 질서 안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온 국민을 광범위하게 규제·통제·처벌하는 법이 만능키가 될 순 없다. 소수의 권리를 보장하려고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려 하니 사회적 갈등만 커지는 거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18년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는 사이 규제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강도도 세지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다수의 것을 빼앗아 약자에게 주는 방법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 때문이다. 아직도 인권을 쟁취의 산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으니 ‘사회적 합의’가 점점 더 요원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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