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주 의회가 아동·특히 소녀들을 강제 조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아동 결혼 금지법(Child Marriage Prohibition Bill)’을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통과시켰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모닝스타뉴스(MSN)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해당 지역에서 결혼 가능 연령을 만 18세로 명확히 규정하고 아동 결혼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어 큰 변화를 예고한다. 법안은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공식 법으로 제정될 전망이다.
2025년 발루치스탄 아동 결혼 규제법은 성인 남성이 미성년자와 결혼 계약을 하거나 이를 주선할 경우 2~3년의 징역형과 10만~20만 파키스탄 루피(약 35만~7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3개월의 추가 구금이 가능하다.
결혼을 집례하는 니카 카완(Nikah Khawan), 니카 등록관, 지방회(secretaries) 등은 결혼 전 당사자들의 신분증(CNIC)을 확인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1년의 징역과 10만 루피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법안에 명시된 모든 범죄는 인지죄·불구속·비합의 범죄로 분류되어 경찰이 영장 없이 즉시 개입할 수 있으며, 보석이나 당사자 간 합의가 제한된다. 모든 재판은 제1급 사법 치안판사가 담당한다.
또한 미성년자가 유괴, 매매, 유인, 강압, 인신매매 등을 통해 결혼한 경우 해당 결혼은 무효로 선언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합법적 자녀로 인정되며 부(父)에게 양육 책임이 부여된다.
이번 법은 1929년 제정된 영국 식민지 시대의 ‘아동 결혼 규제법’을 대체하며, 향후 6개월 내에 주 정부가 세부 시행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법안의 상정과 통과 과정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일부 의원들은 의장석을 둘러싸고 고함을 지르며 법안 사본을 찢는 등 격렬한 항의를 벌였고, “이슬람 율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야당 지도자 유누스 아지즈 제흐리는 “우리 당(JUI-F)은 이슬람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어떤 법도 지지할 수 없다”며 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다른 야당 의원 아스가르 타린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원에 제소해 효력을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발루치스탄 주총리 사르파라즈 부그티는 언론 브리핑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법안을 지지했으며, 이는 민주적 절차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법안이 지난 6개월 동안 관련 상임위원회의 검토와 내각 승인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와 인권단체들은 이번 입법을 크게 환영하며, 아직 미성년 결혼이 가능한 펀자브·카이베르파크툰크와 주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두 지역에서는 관습 또는 이슬람 관행에 따라 16세 소녀의 결혼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신드(Sindh) 주는 이미 2013년 남녀 모두의 결혼 최소 연령을 18세로 상향한 바 있다.
유니세프 파키스탄은 SNS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단순한 법 제정이 아니라 아이들의 권리와 미래를 보호하는 역사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펀자브 주의 기독교인 의원 에자즈 알람 어거스틴은 “아동 결혼 금지 법안 통과가 펀자브에서도 유사 법안의 통과를 앞당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 소녀들이 납치·강제 개종·조혼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일부 가해자들이 종교를 악용해 이들을 결혼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의회는 지난 5월, 연방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결혼 최소 연령을 남녀 모두 18세로 규정하는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펀자브 주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법적 결혼 가능 연령이 16세다.
전국적으로는 2024년 개정된 ‘기독교 결혼법’이 기독교인의 결혼 연령을 18세로 규정하지만, 여성이 이슬람으로 개종할 경우 샤리아(이슬람 법) 적용 대상이 되어 더 어린 나이에도 결혼이 가능하다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권리단체들은 파키스탄에서 소녀들이 10세 전후의 어린 나이에 납치·강제 개종·강간 및 조혼을 당하고 있으며, 가해자들은 이를 ‘이슬람 결혼’으로 위장한다고 비판한다. 법원은 종종 소녀의 나이를 입증하는 문서 증거를 무시하고, 그들을 ‘합법적 아내’라 주장하는 가해자 측에 넘기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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