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중동 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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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실시된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 정당들이 선거를 전면 보이콧했다. 이들은 헌법상 기독교인에게 배정된 의석이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와 연계된 세력에 의해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 의회 329석 중 5석은 기독교인 몫으로 공식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국제 박해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에 따르면, 선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비(非)기독교인들도 기독교 의석 후보자에게 투표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2021년 총선에서 배정된 5석 중 4석이 ‘바빌론 운동(The Babylon Movement)’이라는 단체에 돌아갔다.

바빌론 운동은 표면상으로는 칼데아 가톨릭 신자들로 구성된 기독교 정당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시아파 무슬림 중심의 정치조직으로, 무장 조직인 ‘바빌론 여단(The Babylon Brigade)’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The Washington Institute for Near East Policy)’는 이 여단이 이란 정부의 직접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칼데아 가톨릭 교회는 이미 여러 차례 “바빌론 운동과 교회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이라크의 한 익명의 기독교인 법률전문가는 오픈도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의석 쿼터가 탈취당했다”면서 “모술 지역에서는 기독교 정당 간의 경쟁이 없다. 후보자들은 모두 같은 세력, 즉 바빌론 운동 소속이다. 설령 1,000명의 기독교인이 투표하더라도, 이들은 외부에서 3,000표를 가져와 승리한다. 결국 비(非)기독교인이 기독교 대표를 결정하는 셈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선출된 이른바 ‘기독교 대표자들’은 한 번도 기독교 공동체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소수민족 보호를 위한 의석 배정 제도는 원래 해당 종교 및 민족 구성원만 투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지만, 2009년 법원 판결 이후 모든 이라크인이 소수민족 의석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었다.

40대 현지 기독교인 한 명은 이번 선거를 “국제사회를 향한 보여주기식 정치극”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선거는 단지 국제사회에 ‘민주적 절차가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행위일 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언제나 똑같다. 후보자와 당선자는 이미 사전에 결정되어 있다”라고 했다.

그는 또 “현재 기독교 대표 대부분은 우리를 대표하지도 않고, 남아 있는 소수의 진짜 대표자들도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부패한 선거가 국제사회의 승인까지 받게 된다면, 앞으로 또 4년간 부패와 착복, 불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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