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기
©Sina Drakhshani/ Unsplash.com

이란 테헤란시 당국이 ‘성모 마리아(Virgin Mary)’의 이름을 딴 새 지하철역을 개통해 국내외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이슬람 공화국에서 보기 드문 결정으로, 종교 간 공존의 상징이라는 평가와 함께 종교 자유 실태와의 괴리를 지적하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가 전했다.

테헤란시는 최근 지하철 7호선에 ‘성모 마리아역’(Maryam Moghaddas, 메리암 모깟다스)을 공식 개통했다. 이란 당국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이슬람과 기독교 모두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그녀의 이름을 역명으로 사용한 것은 존중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새 역사는 테헤란 북부의 아르메니아계·아시리아계 기독교인 거주 지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내부에는 페르시아 타일 장식과 조명,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예술적 이미지 등 기독교적 상징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란 국영언론은 이번 명명 결정을 “문화적 공존의 제스처”로 소개하며, 역 내부 사진이 페르시아어권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많은 이용자들은 이를 “예상치 못했지만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한 반면, 일부는 “소수 종교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제약과는 거리가 먼 보여주기식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란은 헌법상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만, 인권 단체들은 기독교 개종자와 등록되지 않은 교회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을 지적해왔다. 수년간 이어진 보고서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에 대한 체포, 감시, 괴롭힘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란 내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X(옛 트위터)에 “이슬람 공화국이 절박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이 국제적 이미지를 세탁하고, 특히 성모 마리아와 기독교적 가치를 존중하는 서방 보수층—특히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인물들—을 의식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국제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기독교인과 소수 종교인에 대한 이란의 인권 탄압이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 발표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징적 제스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종교 자유 개선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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