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선관위의 고광석 목사 탈락 결정
호남 구 개혁 측은 이를 정치적으로 봐
교단 통합 20년 흘렀지만 여전히 ‘벽’
예장 합동 제110회 총회는 ‘정책총회’라는 비전을 내세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총회 일정의 절반은 ‘선거’ 관련 문제로 혼란 속에 있었다. 보통 첫날 임원 교체가 이뤄져 왔던 점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그 직접적 원인은 부총회장 선거에 입후보했던 고광석 목사(동광주노회 광주서광교회)가 직전 회기 총회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오정호 목사) 심의 끝에 탈락한 것 때문이었다. 고 목사가 속한 동광주노회를 중심으로 선관위 결정에 불만을 품은 총대들의 항의가 이번 총회 개회 후 여러 모양으로 표출됐다.
이에 회의 진행에 어려움이 있자, 직전 총회장 김종혁 목사는 ‘비상 정회’를 거듭했다. 그러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었고, 총회장직에서 물러나 회의 진행을 차기 총회장에게 넘겼어야 할 김종혁 목사는 이틀이나 의장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러자 김 전 총회장은 “국내 모 교단은 총회 전에 임원 구성을 완료한다”며 교단의 선거법 개정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고, 신임 총회장 장봉생 목사도 취임 후 기자회견에서 “선거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총회장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가 결정할 수있는 건 아니지만, 경쟁적이고 소모적인 것을 지양하면서도 총대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이 논의는 되고 있다. 그럼 (총회가) 시작할 때부터 이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선거를 둘러싸고 표출된 교단 내 갈등에는 좀 더 ‘역사적인’ 원인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예장 합동 측 내에는 소위 ‘구 개혁 측’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이 다수 있다. 합동 측은 지난 2005년 제90회 정기총회에서, 1979년 분열됐던 개혁 측과 교단을 합쳤다. 벌써 20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교단 안에서는 둘 사이에 미묘한 구분이 존재한다.
구 개혁 측은 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신대’를 중심으로 호남지역에서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총신대’를 나온 목회자들은, 노골적이진 않지만 은연중에 그들이 ‘정통’이라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한 교단 관계자의 분석이다. 교단 내 여러 모양의 갈등들은, 알고 보면 이런 정치적 역학관계 속에서 불거지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이번 제110회 정기총회 현장에서 표출된 갈등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 직전 회기 선관위는 고광석 목사를 탈락시킨 결정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지만, 그 정당성 여부를 떠나 구 개혁 측의 호남 세력은 이를 ‘정치적 결정’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총회에서 혼란이 이토록 극심했던 이유라는 것.
그렇다면 직전 총회장 김종혁 목사나, 현 총회장 장봉생 목사가 언급한 ‘선거법’은 사실 이번 갈등의 정확한 진단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기존 합동 측과 구 개혁 측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이 진짜 원인일 수 있다. 교단 한 관계자는 “막힌 담을 허시는 주님의 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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