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8일 비혼 출산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현 가족제도가 비혼 동거 가정이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대책 마련 차원 한 말이라지만 ‘생활동반자법’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군불 때기’란 해석이 나온다.
강 실장은 비서실장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비혼 동거를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 공식 인정하라는 사회적 목소리가 있다”라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를 향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비혼 출산과 관련한 제도 개선 검토를 주문했다.
강 실장의 주문은 현 가족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TV 드라마 등에 결혼하지 않고 출산한 사례가 자주 등장하는 현실에서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 마련이나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논의를 통해 진일보한 사회적 제도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비혼 동거를 새로운 가족으로 인정하라는 사회적 목소리와 이를 곧바로 법과 제도적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유명 배우와 연예인 중에 비혼 출산과 비혼 동거 가족의 일상이 자주 TV 화면에 비치며 과거에 비해 대중의 거부감이 덜해졌다고 이를 가족제도의 틀 안에 수용하려는 건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4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혼외 출생아는 전체 출생아 수의 5.8%인 1만3800명을 차지했다. 역대 최고치의 기록이다. 그러자 이런 비혼 출산 가족이 법령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해 소외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비혼 가족이 차별적 대우를 받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회보험 등 각종 지원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현 가족제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해 선 안 된다는 거다.
대통령실이 ‘비혼 출산’ 제도 개선 논의를 공식화한 건 담백하게 표현하면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는 데 따른 현실 반영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실도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나 법안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란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이와는 다르다. 수년 전부터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생활동반자법’을 공식화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란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인권 문제와 결부해 ‘생활동반자법’을 직접 언급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은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동거 및 부양 등 가족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골자다. 성년인 두 사람의 합의에 따라 친양자 입양 및 공동 입양 등 권리가 부여되고 사회보험·공공부조·인적공제 등에서도 기존 가족관계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의 취지는 ‘생활 동반자’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혼인·혈연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과 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동성 간 결합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번번이 국민적 반대 여론에 부딪히고 있다.
그건 이 법에 명시한 ‘생활 동반자’ 관계를 이성 간에만 성립한다고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모든 혼외 결합을 다 ‘생활 동반자’ 범위에 포함한 이상 동성 간 결합 즉 동성혼 합법화를 위한 디딤돌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아니 이 자체가 동성혼 합법화로 굳어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 법은 지난 2014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법률안을 마련했으나 발의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기독교계 등 사회 여론이 동성혼을 부추긴다며 반발한 게 원인이다. 하지만 지난 2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던 ‘생활동반자법’을 재발의하면서 입법 논의에 다시 불을 당긴 상태다.
우리나라는 법률이 인정한 혼인 외에 사실상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남녀에 대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하고 있다. 바로 사실혼 개념이다. 재산분할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 등도 이미 사실혼 제도를 통해 보호받고 있다.
그런데도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추진하는 측은 여전히 혼외 가족의 법적 보호를 들먹이고 있다. 1인 가구, 한부모가족, 입양가족 등의 경우 이미 ‘건강가정기본법’에 충분히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현행법과 제도가 다양한 가족을 수용하기에 역부족이니 ‘생활동반자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듣기엔 그럴듯하다. 하지만 현행법의 보호 테두리 안에 있는데도 굳이 따로 ‘생활동반자법’을 만들려는 속내는 분명 다른 데 있을 것이다. 만약 동성혼 합법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비혼 동거 가족의 보호를 들먹일 게 아니라 차라리 솔직하게 ‘동성 커플 인정법’으로 명명하는 등 목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게 옳다고 본다.
한국교회가 이 법이 수면 위로 등장한 10년 전부터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법적 혼인 관계는 물론 사실혼으로도 인정될 수 없는 동성결합까지 혼인한 부부로 인정하려는 숨은 의도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동성혼이 최종 목적지라면 더는 다른 이유 대지 말고 국민 앞에 솔직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우리 사회 건강성의 지표인 혼인과 가족제도를 함부로 뒤흔드는 일에 국정과 입법 활동을 낭비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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