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 <메간 2.0>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메간 2.0
영화 ‘메간 2.0’ 포스터.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강력한 능력을 지닌 A.I.(인공지능) 로봇 ‘메간’은 전편에서 인간을 위협하다가 강제종료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소멸되지 않은 채 온라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지요! 그러던 중, 메간보다 더 강력한 존재인 ‘아멜리아’가 나타나 인류를 멸절시킬 기세로 위협하자, 인간들은 아멜리아를 저지하기 위해 부득이 메간을 불러냅니다. 메간과 손을 잡고 종말의 위기를 극복하려 하죠.

웃어넘길 수만은 없어

영화 메간 2.0
젬마의 기술로 새로워진 메간.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메간과 아멜리아는 그야말로 ‘넘사벽’입니다. 인간의 존망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과의 능력 차이가 벌어져 버렸죠. 더욱 무서운 것은 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여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물리력, 정보력 등에서 인간이 상대할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주체로 활동하다니!

주인공들은 부득불 A.I.와 공존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합니다. ‘거악에 맞서기 위해 차악을 이용’함이야 상업영화의 익숙한 설정이니까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농으로만 여길 수 없는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자아를 인식한 채 활동하는 A.I.가 언제까지나 인간에게 우호적일 리는 없으니까요. 주인공들이 메간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전략적으로 이용하려 함이 아니라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인간이 마주친 거대한 난관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앞에 놓인 불길한 미래를 내다보게끔 합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메간과 아멜리아는 손쉽게 사람들을 속입니다. 특수요원을 자처하는 이들이 제압하려 하지만 역부족이죠. 매력적인 여성의 외피를 두른 로봇에게 쩔쩔매는 인간들의 모습이란, A.I.에 종속될 위험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냉소이자, 다가올 세계에 관한 잿빛 전망이기도 합니다.

A.I.시대에 기독교가 희망이 되려면

영화 메간 2.0
젬마(왼쪽)와 메간(오른쪽).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설교 준비나 영상 제작, 목회 행정에 있어 A.I.가 ‘양날의 검’과 같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시선을 거둘 수 없는 까닭은 그것이 인간의 통제를 초월하여 정말로 신처럼 군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겠죠. 간간이 들려오는 해괴한 뉴스도 이런 불안을 떨치지 못하게끔 합니다.

청중의 상황이나 필요를 입력하면 그에 맞춰 설교를 해내는 A.I.로봇이 인간 설교자의 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르겠네요. 한술 더 떠서 스스로 판단하여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읊어댈 수도 있겠죠. 그러다가 메간이나 아멜리아처럼 사람들을 미혹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좋은 A.I.’와 ‘나쁜 A.I.’를 골라서 설교 강단에 세우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도 있겠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영혼 없는 설교’를 대놓고 부정하기에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 멋쩍다는 겁니다. 쓴소리보다는 달콤한 말을 원하는 청중이 많다는 것은 근미래가 아닌 우리 시대의 자화상 같기도 하니까요.

이 영화가 전편과 다른 점이란, ‘인간 대 A.I.’가 아니라 ‘A.I. 대 A.I.’라는 새로운 대결 구도를 제시했다는 것인데요. 엉뚱한 상상이지만, 메간과 아멜리아가 서로를 대적하듯 A.I.설교자 간에 사람들의 지지를 더 얻어내기 위한 아귀다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노재원 목사
노재원 목사

세상을 신처럼 지배하려는 ‘나쁜 A.I.’를 영화에서는 막아낸 것처럼, 현실에서도 막아낼 수 있어야 할 텐데요.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위협을 가한다는 설정은 공상과학물에서 지겹도록 반복되어왔기에 진부하지만, <메간 2.0>이 주는 불길함의 농도가 유달리 짙은 것은 저만의 기우 때문일까요.

노재원 목사는 현재 <사랑하는 우리교회>(예장 합동)에서 청년 및 청소년 사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아는 만큼 보이는 성경>을 통해 기독교와 대중문화에 대한 사유를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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