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이슬람혐오’(Islamophobia)에 대한 공식 정의를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한 기독교 단체가 표현의 자유와 종교 비판의 권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이하 현지시간) 마감된 ‘이슬람혐오 실무 그룹’(working group)의 증거 제출 요청에 응답하면서 기독교연구소(Christian Institute)는 “이슬람혐오라는 용어는 모호하고 불필요하며, 이슬람에 대한 비판과 무슬림에 대한 증오를 혼동하는 것은 공론의 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미 모든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차별, 증오,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법률이 존재한다”며 “새로운 용어의 도입은 종교적 신념에 대한 비판을, 특정 집단에 대한 적대감으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연구소는 과거 ‘무슬림성’(Muslimness)이라는 개념이 논의되던 당시, 4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제기했던 우려를 다시 언급하며 “누가 무슬림성을 정의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이슬람에 대한 비판을 인종차별로 간주하게 되면, 예를 들어 여성의 히잡 의무 착용 반대나 샤리아법보다 영국 법을 우선시하는 발언 등 주류 의견조차 처벌될 수 있다”며 ‘문화적 인종주의’(cultural racism) 개념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러한 재분류 시도가 공공질서법(Public Order Act) 제29J조에 명시된 종교적 표현의 자유 보호 조항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종교적 표현은 보호하면서도, 인종에 대한 표현은 더 강한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혐오 정의를 마련하기 위한 실무 그룹은 올해 2월 전 법무장관 도미닉 그리브(Dominic Grieve) KC의 주도로 구성됐으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의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브 전 장관은 “피해자들의 경험을 반영하고 무슬림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모든 시민의 표현의 자유 또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정부 역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으며, 어떤 정의도 그 자유와 양립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정치·이념적 배경의 인사들이 해당 정의가 ‘사상 통제’의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평등인권위원회 전 위원장 트레버 필립스 경(Sir Trevor Phillips)은 최근 한 행사에서 “우리는 이미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갖고 있으며, 이슬람만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정의는 불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2020년 무슬림 커뮤니티에 대한 발언으로 노동당에서 정직 처분을 받았으나 1년 뒤 복권됐다.
또한, 노동당 출신 칼리드 마흐무드 전 의원, 전 교육기준청(Ofsted) 청장 아만다 스필먼, 극단주의 대응 자문위원 하라스 라피크 등도 정의안이 극단주의 비판을 위축시키고, 학교 현장에서 보수적 이슬람 규범에 편승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독교연구소는 현행법이 차별과 증오를 이미 금지하고 있는 만큼, 종교적 신념에 대한 비판이 명백히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 전문가 사라 칸(Sara Khan) 여사는 일부 급진주의 세력이 이슬람혐오라는 개념을 내부 비판자들의 입을 막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꾸란 훼손 사건으로 인한 기소 사례와 성인, 경전에 대한 법적 보호를 요구하는 정치적 움직임 등은 이른바 ‘우회적 신성모독죄’(backdoor blasphemy laws) 도입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국가세속주의협회(National Secular Society)의 스티븐 에반스 대표는 “증오를 방지하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특정 종교에 대한 특별 보호는 공동체 통합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하며, 사람은 보호하되 그들의 신념은 비판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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