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하나님이 탄생하기 전의 우주는
완전한 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가 結晶하여
유가 됐을 것이고
그 처음의 유가 하나님이었을 것이다.
우주에서
제일 처음으로 유가 되신 하나님은
친구가 친구를 찾는다고
대우주의 별과 별을
창조하셨을 것이다.
빛과 천체와 그늘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흙으로 인간을 빚으시고
만물을 태어나시게 했을 것이다.
천상병 시인(1930-1993)은 일본 효고현 히메지(姬路) 시에서 2남 2녀 중 차남으로 출생했다(1930년). 중학 시절 일본에서 귀국하여, 마산(현 창원)에 정착한다. 1972년 친구 목순복의 누이동생 목순옥 여사와 결혼. 1993년 4월 28일 별세하였다.
고등학교 3학년때 시 <강물>이 김춘수 시인 추천으로 1950년대 당시 유일문학지였던 <<文藝>>지에 실렸고, 1950년 미 통역관으로 잠시(6개월) 근무. 전시 중 부산에서 서울대 상대 입학. 1964년 김현옥 부산 시장의 공보 비서로 약 2년간 재직하였으나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약 6개월 간 옥고를 치른다. 친구 많았던 천 시인은 생전 신경림, 박봉우, 김관식 시인 등과 친했다 알려져 있다.
고문 후유증과 음주 생활로 인해 거리에서 쓰러져 행려병자로 서울 시립 정신병원에 입원. 행방불명된 것을 기화로 살아있었음에도 유고시집 <<새>>가 발간됨. 따라서 시인의 마지막 유고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1994)에는 정작 시 '귀천'이 실리지 않았다. 살아 생전 타인에 의해 유고 시집을 낸 시인이요 두권의 유고 시집이 있는 시인이 되었다.
천상병 시인처럼 별명이 많고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시인은 몇이나 될까? 우리 시대 마지막 기인(奇人), 마지막 토종 시인, 새와 하늘로 표상되는 천부적 참 자유인, 수난의 시인, 떠돌이 시인, 스스로 가난의 길로 들어간 무소유의 시인, 머릿속 늘 詩 생각으로 가득찼던 시인(천 시인 본인의 고백)이었다.
김우창 평론가(고려대 명예교수)가 천 시인의 신앙은 별로 다루지 않은 반면 충북대, 경희대 교수를 역임하고 백석대 석좌교수를 지냈던 문학평론가 고 김재홍(金載弘, 1947-2023) 교수는 천상병의 말기 시에서 주로 드러나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언급한다. 김재홍은 천상병 시에 대해 "신 앞에 선 인간의 길, 즉 주 안에서 진리의 길, 은총의 길, 구원의 길, 영생의 길을 발견하는 데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했다. 그의 많은 시편에서 지속돼 오던 기독교 세계관의 신앙 시들은 고통과 신산 달관과 초월로 이어져 그 막을 내리게 된다.
우주 만물의 창조자, 주관자로서의 신의 섭리 아래 인간의 탄생과 죽음과 영생의 소망이 하나님으로서의 절대자에 대한 무궁한 외경심과 찬양 속 확신이, 천상병 시인의 시들 속에 담겨 표출되고 있다.
필자는 천 시인이 아내 목순옥 여사가 교회의 전도사님께 얻었다는 액자를 보며 쓴 "예수님 肖像"이라는 시 마지막 구절 "예수님! 예수님!/ 제발 돌아와주소서/ 그렇잖으면 저는/ 한알의 흙과 같습니다."라는 구절이 늘 귓가에 맴돈다.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 많은 문학인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천상병 시인과 <부초>·<군함도>의 작가 한수산 그리고 박정만 시인(억울한 고문과 출옥 후 1987년 8월 20일 경부터 9월 10일 사이 300편 가까운 시를 쓰고 1년 후 작고)이 늘 떠오른다. 이들은 정치와 폭력과 문학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유난히 많은 이들의 가슴을 여전히 울리고 있다.
교묘한 정치적 선동과 억압과 폭력이 난무하는 잔인하고 천박한 21 세기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면, 가장 비폭력적 무소유의 가난한 철학의 시인이요 자유 시인이었던 천상병 시인이야말로 어쩌면 토속 시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정치적 파라독스의 치열한 정치성을 보여준 내공의 시인이요 신앙인이 아니었을까? 참 길, 참 진리, 참 생명, 참 자유, 참 사랑을 조용한 피흘림으로 보여준 부활의 예수님이기에.
종시(終詩)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박정만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 맨 첫 페이지에 쓰여진 시-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신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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