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의 투쟁에 관한 다양한 관점들
도서 「죄와의 투쟁에 관한 다양한 관점들」

기독교 신학의 보고라 불리는 로마서. 그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논쟁적인 본문으로 손꼽히는 로마서 7장은 오랫동안 신학자들과 설교자, 그리고 평신도 독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해석의 현장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롬 7:19)라는 바울의 탄식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인간의 죄성과 율법의 역할,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와 회심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의 핵심 교리들과 맞닿아 있는 신학적 깊이를 지닌다.

바로 이러한 신학적 논의를 풍성하게 풀어낸 신간 <죄와의 투쟁에 관한 다양한 관점들>은 짧지만 치밀한 본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수천 년의 해석 전통과 신학적 담론을 따라가며, 바울이 말하는 ‘나’(ἐγώ)의 정체를 파헤친다. 또한 그것이 오늘날 신앙과 목회 현장에 어떤 통찰을 던지는지, 독자들에게 신학적이면서도 실천적인 통합의 시야를 열어준다.

아우구스티누스에서 마크 사이프리드까지: 해석의 전통과 대화

로마서 7장의 ‘나’는 누구인가? 회심 이전의 바울인가, 회심 이후의 신자인가, 아니면 인간 전체를 대표하는 보편적 자아인가? 이 질문에 대해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신학자들이 제시한 해석은 실로 다양하다.

초대교회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나’를 죄 아래 있는 인간의 실존으로 이해했고, 웨슬리 역시 이러한 해석 위에서 개인의 성화 여정을 강조했다. 마크 사이프리드 교수는 구약 성경과 중간기 문헌을 배경 삼아, 바울이 율법에 대한 기존 유대 전통과의 연속성 속에서 새로운 신학적 주장을 전개하고 있음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사이프리드는 회심 이후의 바울이라는 해석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로마서 7장을 신자의 내면적 갈등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 이러한 태도는, 로마서를 연구하는 학자와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해석적 관용과 학문적 깊이를 동시에 요구하는 오늘날의 신학 현실 속에서 본보기가 된다.

신학의 논쟁을 넘어서, ‘죄’에 대한 설교를 복원하다

이 책은 단순한 신학적 논쟁을 넘어서서, 로마서 7장이 던지는 실제적 질문들 “죄란 무엇인가, 율법은 왜 주어졌으며, 인간은 정말로 변화될 수 있는가, 그리스도인의 삶은 승리인가, 아니면 끝없는 투쟁인가”에 정직하게 응답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바울이 여기서 다루는 죄의 문제를 단지 개인적 고백으로 축소하지 않고, 율법과 복음의 긴장 속에서 인간 실존을 조망하려 했다는 점이다. 로마서 전체가 칭의(3:21-5:21), 성화(6-8장), 그리고 이스라엘과 구원의 계획(9-11장)을 아우르며 역동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로마서 7장은 율법 아래 있는 인간의 내적 분열을 드러냄으로써 하나님의 구원계획의 필요성을 극대화한다.

이 책은 이러한 본문을 통해 죄와 율법에 대한 설교가 오늘날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다. 죄를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설교의 중심에 두는 것이 복음의 능력을 드러내는 길이라는 통찰은, 현대 교회에서 흔히 간과되는 죄의 교리를 다시 조명하게 만든다.

‘두 시대를 사는 자들’에게: 성화와 목회의 자리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한 가지 실천적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서 있습니까? 아담의 시대에 머물러 있습니까, 아니면 그리스도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까?” 로마서 7장은 단순한 신학적 난제가 아니라, 오늘도 아담과 그리스도의 중첩된 시대를 살아가는 신자들이 끊임없이 마주하는 질문이며, 바로 그 현실의 긴장 위에 복음의 빛이 비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론부에서는 이러한 신학적 논의가 설교와 목회 현장, 그리고 개인의 영적 여정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정리한다. 죄와 은혜의 긴장 속에 있는 신자들이 로마서 7장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회심과 성화의 길 위에서 참된 위로와 능력을 얻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묵상과 설교의 동반자, 로마서 7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죄와의 투쟁에 관한 다양한 관점들>은 로마서를 깊이 있게 묵상하고자 하는 신자들과, 로마서를 설교해야 하는 목회자들 모두에게 값진 통찰과 균형 잡힌 해석을 제공한다. 이 책은 탁월한 학문적 깊이와 실천적 감각을 모두 갖춘 드문 로마서 해설서로, 한 구절의 고백이 얼마나 신학 전체와 개인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 탄식이 더 이상 패배의 고백이 아닌, 은혜를 향한 간절한 발돋움으로 독자들의 가슴에 다가오기를 바란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서출판지우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