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파운틴
Schuman Centre for European Studies의 설립자 제프 파운틴 ©CP

Schuman Centre for European Studies의 설립자인 제프 파운틴은 2009년까지 20년 동안 유럽 예수전도단 이사를, 2015년까지 연례 Hope for Europe Round Table의 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가 복음주의자로서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관계를 염려하는 글을 썼다. 다음은 그의 글 "새로운 글로벌 현실이 주는 슬픈 깨달음" 전문이다.

지난 24년 동안 집필을 했지만, 이번처럼 마음이 무거운 글을 써본 적이 없다. 최근의 사건들은 우리가 새로운 현실을 마주해야 함을 강요하고 있다. 전후 세대가 익숙하게 여겨온 미국, 즉 자유의 여신상이 전 세계의 "지친 자들, 가난한 자들, 집 없는 자들, 자유를 갈망하는 자들"을 환영하던 그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자유 세계를 이끌며 예배와 언론의 자유, 공포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네 가지 기본 가치를 수호해왔다. 또한 민주주의를 촉진하고, 불량 국가를 감시하며, 글로벌 금융 안정을 유지하는 국제 기구를 설립했다. 아울러 약소국을 약탈적인 독재 정권으로부터 보호하는 군사 동맹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그러한 독재 정권들과 손을 잡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유엔에서 미국은 러시아, 벨라루스, 북한을 포함한 15개의 독재 국가들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이는 미국이 과거의 역사적 정체성을 스스로 등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서구적 가치의 배신

어떻게 이러한 배신이 가능했을까?

우방과 적대국 모두가 새로운 미 행정부가 러시아의 독재자에게 보이는 노골적인 찬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87년 당시 그가 KGB에 의해 포섭되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현재의 상황을 더욱 잘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폴란드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앤 애플바움(Anne Applebaum)은 자신의 저서 ‘독재자 연합(Autocrats Inc.)’에서 현재 행정부의 방향이 이미 예견된 것이었으며,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힘이 곧 정의라는 논리

‘세계를 지배하고 싶은 독재자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그녀의 책은, 현대의 독재자들이 역사적 배경과 목표, 이념은 다르지만 개인적인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긴밀하게 결속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한다.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앙골라, 미얀마, 쿠바, 짐바브웨, 말리, 벨라루스, 수단, 아제르바이잔을 포함한 수십 개국의 지도자들은 국민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만들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거부하며, 자신들의 권력에 도전하는 자들을 철저히 탄압하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독재자 연합’은 권력 유지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그녀는 작년에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에게 이 새로운 현실을 직시하고 과감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분석은 러시아의 이념가 알렉산드르 두긴(Alexander Dugin)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즉,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라는 단극 체제는 종식되고,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가 세계를 지배하는 다극 체제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푸틴은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이후 강대국들이 소국들의 운명을 결정했던 ‘유럽 협조 체제(Concert of Europe)’로 돌아가기를 원해왔다. 결국, 힘이 곧 정의라는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세계(Russkiy Mir)’라는 이론을 내세우며, 과거 소련과 일치하는 러시아 제국을 재건하려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호 아래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심지어 가자지구까지 확장하려는 공개적인 제국주의적 야망을 품고 있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중국이 대만을 원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워싱턴이 보내는 신호는 매우 분명하면서도 위험하다.

◈무거운 마음으로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내가 틀리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모른다.)

현재의 미국 행정부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수백만 명의 선한 의도를 가진, 그러나 오도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지지 덕분이었다. 그들은 이번 행정부가 기독교적 가치를 회복하고, 결혼, 낙태, 성(gender) 문제와 관련한 보수적 기준을 재확립할 것이라는 선거 공약을 믿었다.

개인적으로 나 또한 이러한 가치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 그러나 불과 몇 주 만에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초래된 고통, 혼란, 파괴는 성경이 말하는 ‘정의와 긍휼과 겸손’을 실천하라는 예언적 가르침(미가 6:8)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또한 또 하나의 비극은 나의 동료 신앙인들 중 다수가 로렌 커닝햄(YWAM 창립자)의 가르침을 왜곡한 ‘일곱 산(Seven Mountains) 운동’에 휩쓸렸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른 글에서 이 운동이 어떻게 커닝햄의 ‘삶의 영역(lifespheres)’ 개념을 왜곡하여 권력 장악과 통제의 전략으로 변질시켰는지를 다룬 바 있다.

◈희망의 메시지

그러나 미국, 유럽, 우크라이나, 혹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에 하나님은 여전히 주권자이시다.

이것은 시대의 종말일 수도 있다. 이는 어거스틴이 로마 제국의 멸망을 목격했을 때와 같은 시기일 수도 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민족주의의 공포를 견뎠던 세대와 같은 경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끝은 아니다.

우리는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위협에 맞선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의 응답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왕이시여,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우리를 그 불타는 용광로에서 구해 주실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는 왕의 신들을 섬기지 않겠고, 왕이 세운 금 신상에게 절하지 않겠습니다”(다니엘 3:17-18).

우리는 모두 그 이후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세기 전 암스테르담의 가옥 벽면에 새겨진 부조에도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었던 나라로부터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이 순간, 사순절 기간을 맞아 배신당하신 그리스도의 고난을 깊이 묵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고난을 승리로, 죽음을 부활로 바꾸셨음을 기억하며, 그들이 하나님의 임재와 보호를 경험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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