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두 정상은 언제, 어디서 만날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두 정상이 6월 중 ‘생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1946년 6월 14일생)과 시 주석(1953년 6월 15일생)이 같은 달에 생일을 맞이하는 점에서 회담 개최설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담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같은 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두 정상이 무역전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빠르면 다음 달 중국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시 주석이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내 자신의 자택을 방문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마러라고에서 회담을 갖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중국 측은 베이징이나 워싱턴과 같은 보다 공식적인 장소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SCMP는 여러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두 정상 모두 상대국을 방문해 외교적 성과를 강조하려 하지만, 현재 논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시 주석이 마러라고를 다시 방문해 주기를 원했지만, 중국 측은 미국 방문 시 마러라고가 아닌 워싱턴에서 공식 회담을 갖거나,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11일 폐막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경우 외교적 승리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CM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4월 방중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가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시 주석은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미국 측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 외교적 관례에 맞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중이던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회담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외교적 관례를 따르는 것이 된다는 점도 논의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그의 취임 사흘 전, ‘우호적인’ 전화 통화를 나누며 양국 관계가 예상보다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월 4일 중국에 대해 10%+10% 관세 부과를 현실화했고, 중국이 이에 보복하면서 양국은 본격적인 관세 전쟁에 돌입했다.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개최 시기와 장소를 둘러싼 물밑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CMP는 영국 소식통을 인용해 두 정상 간 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이 진행 중이며, 중국의 고위급 대표단이 2주 전 미국을 방문해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번 달 추이톈카이 전 주미 대사 등 중국 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해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중국 측이 구상하는 잠재적 무역협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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