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과 진리로 예배하라” (요 4:21-24, 마 18:20)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예수님은 어디에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려야 할지를 묻는 사마리아 여자에게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는데,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영과 진리로 예배하라고 말씀하셨다(요 4:21-24).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에서 제사장들을 통하여 드리는 제사만이 참된 예배라고 믿었다. 모세의 율법도 모든 남자들은 반드시 일 년 세 번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도록 명하였다(신 16:16).

예수님 당시 성전은 헤롯왕이 46년에 걸쳐 완공한 웅장한 건물이었다. 예수님이 이 성전을 헐면 사흘 만에 다시 일으키겠다고 하자 사람들은 다 비웃었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성전 된 자기 육체가 삼일 만에 부활할 것을 가리키는 영적 의미로 하셨지만(요 2:19-22) 실제로 주후 70년 로마군대에 의해 성전이 완전히 파괴되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마 24:2). 그러므로 하나님이 받으시는 예배는 특정 장소에서, 특정 의식에 따라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부활의 능력을 힘입어 언제 어디서나 우리 몸을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는 것이다(롬 12:1).

그러나 각자의 삶이 예배라는 의미와 교회공동체가 함께 모여 한마음으로 드리는 공적 예배는 구별된다. 교회의 존재 이유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에 있으므로 주요 교단 헌법은 그 교단의 신조에 따라 예배의 방식과 순서를 정한다. 예배는 교회가 누리는 종교자유의 본질적 부분에 속하므로 국가는 예배의 방식과 내용에 관여해서는 않되며 과거 공권력이 예배에 관여한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창궐하면서 상황은 급변하였다. 방역당국은 각 단계별로 종교시설에 대해 온라인예배로 전환할 것을 명하는 집합제한 또는 금지조치를 내렸다. 가톨릭과 불교는 물론이고 대부분 기독교 교회들도 전대미문의 국가적 재앙 앞에서 방역조치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부 교회가 현장예배를 고수하자 이들 교회와 교인들에게 시설폐쇄조치와 벌금을 부과되었고 교회들은 취소소송으로 맞섰다.

이 소송에서는,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는 것은 공권력이 예배 방식까지 정하는 것으로 종교 자유의 본질적 침해인가, 백화점 등 다른 시설과는 달리 유독 종교시설에 대해서만 전면적 집합제한 조치를 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되는가, 교회 현장예배를 통해 코로나가 확산된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면예배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비례원칙에 위배되는가 하는, 세 가지가 다투어졌다. 하급심 법원에서는 엇갈린 판결이 나왔으나 대법원은 종교시설에 대한 집합제한조치는 종교자유의 침해가 아니며 비례의 원칙,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 교회가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2미터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를 철저히 준수하여 대면예배를 통해 코로나 19가 다른 일반적인 모임보다 더 확산되었다는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교회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다른 필수시설에 비추어 덜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취급한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본다. 아무리 코로나 19라는 위기 상황이더라도 예배는 생명이요 호흡이라는 기독교 신앙을 존중하여 당국의 집합제한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을 주목한다.

성경에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라는 말씀이 있다. 오만한 국가권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금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찌도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떤 세상 권력도 보이지 않는 영원한 세계를 주재하시며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이 이 땅에 세우신 교회를 이긴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2천년 기독교 역사가 보여준다.

아무튼 코로나 19는 국민 모두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특히 교회로 하여금 그 존재 이유인 예배의 문제를 깊히 새기는 시련이자 기회이며, 예배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이루어 낼지를 고민하게 한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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