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입장을 표명하라고 성직자들에게 촉구하며, 5백여곳의 예배 장소가 파괴되고 인명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전쟁에 대해 진실을 말해달라고 호소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정부 대변인 다니엘 보다는 “모스크바가 여전히 ‘특수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는 이 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정신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보다 대변인은 “침공이 시작된 이래로 5백곳이 넘는 교회, 유대교 회당, 모스크가 파괴되거나 손상되었다. 이틀에 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침묵하지 말라. 세상에 진실을 말하라. 침략은 영토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성지의 파괴”라고 했다.
이같은 호소는 전국 교회 신도의 90%를 차지하는 몰도바 정교회가 러시아와 루마니아의 권위에 속하는 교회 내 경쟁 분파들 간 충성심 분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받았고, 이로 인해 모스크바와 연계된 몰도바 대교구에서 많은 교구가 이주해 루마니아와 연계된 규모가 작은 베사라비아 대교구에 속하게 되었다.
모스크바와 연결된 몰도바 블라디미르 대주교는 공식적으로 첫날부터 침략을 비난하고 9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지원을 조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블라디미르 대주교는 2023년 인터뷰에서 “모든 예배에서 교회를 위해 자비를 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기도하는 특별 기도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도에서 그것을 ‘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대주교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관련된 교회의 본당에 속한 사제들은 침략을 뒷받침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언론 보도가 여러 건 있었다. 교회 측은 사제 그룹이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러시아 성지로 ‘순례’를 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인구 250만 명인 몰도바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60개 이상의 교구가 러시아 정교회에서 루마니아로 소속을 옮겼다.
러시아 정교회 내부에서도 전쟁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모스크바 총대주교 키릴은 침공을 지지하고 러시아 정부와 교회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후 ‘용서의 날’(아담이 낙원에서 추방된 것을 기념하는 교회 축제)에 설교를 통해 서방의 동성애자 권리 지지를 공격했다.
리버풀 호프 대학교 신학 수석 강사이자 우크라이나 비잔틴 전례 가톨릭교회 회원인 타라스 코미치 목사는 2022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키릴은 교회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지만 두려워한다”고 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수많은 정교회 사제들은 군대를 ‘불신하는’ 발언을 금지하는 법률에 따라 체포되었거나, 전쟁에 반대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사임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침묵을 지키기를 거부했고, 총대주교의 설교 직후에도 3백여명의 사제들이 평화를 촉구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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