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간음하지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마태복음 5:27-28)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와 같은 성적인 타락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심판을 받았다. 한 나라가 부강해지면 찾아오는 것이 쾌락이고, 쾌락의 중심에는 성적인 방종과 타락이 있어서 하나님의 진노를 가져오게 된다.
자기의 죄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시대에는 신앙도 희박하였고, 죄에 대한 회개가 철저한 시대에는 신앙도 또한 부흥하는 시대였다. 이와 같은 죄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 나사니얼 호손(Nathanael Hawthoene, 1804-84)의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1850)이다.
여주인공은 요염한 아름다움을 지닌 헤스터 프린. 헤스터는 나이가 많은 의사 칠링워드와 결혼하여 영국에서 식민지 보스턴에 이민(移民)하였다. 이민 즉시 칠링워드는 행방불명이 되었고, 떠도는 말로는 인디언에게 죽임 당했다고 하였다.
때는 17세기 초. 미국은 퓨리터니즘이 지배하여 계율이 엄격하였다. 그와 같은 사회 환경에서 헤스터는 아버지를 알 수 없는 딸아이 펄(진주)을 낳았다.
헤스터는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라는 요구를 거절하고, 가슴에 주홍 글씨로 ‘간통(姦通)’(Adultery)의 첫 글자를 수놓은 ‘A’를 달고, 감옥생활을 마친 후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 외진 곳에서 ‘펄’과 함께 살아갔다.
헤스터가 펄을 낳은 지 얼마 후 오랜 광야생활로 해서 모습이 달라진 로저(칠링워드)가 보스턴에 돌아왔다. 그는 헤스터의 뒤를 따라다니며, 펄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하여 집념(執念)을 불태웠다. 로저는 유망한 젊은 목사 딤즈데일이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증거를 찾았다.
한편 헤스터는 이웃의 비웃음 가운데서 펄을 키우며, 자기를 희생하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생활을 하였다. 여러 해가 지나간 후 사람들은 헤스터의 가슴에 새겨진 주홍글씨 ‘A’는 ‘간통’(Adultery)이아니라 ‘천사(Angel)의 첫 글자라고 말하게 된다.
로저 칠링워드가 짚은 바대로 펄의 아버지는 딤즈데일 목사였다. 그는 헤스터가 고통당하는 것을 보고,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며, 여러번 사람들 앞에 나서서 자기의 죄를 고백하려 하였다. 그러나 성직자라는 신분이 그로 하여금 위선자가 되게 하였다. 성직자의 지위와 명성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무려 7년을 망설인 끝에 딤즈데일 목사는 자기의 죄를 고백한다. “언제나 나를 신성하다고 보아주신 여러분! 보십시오. 이 자리에 이 세상의 죄인이 서 있습니다. 마땅히 나는 7년 전에 이 자리에 섰어야만 하였습니다. 헤스터의 가슴에 새겨진 주홍 글씨, 그 수치의 표적을 보고 떨지 않은 흉악한 죄인이 여러분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자기의 죄를 고백한 후 딤즈데일 목사는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한편 뒤를 캐던 칠링워드도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 후 죽었다. 목표를 잃은 허탈감 때문이었다.
죄(罪)의 문제를 다룬 이 작품에서 이슈로 떠오르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죄의 회개가 과연 가능한가 하는 문제이다. 구원에는 회개 뒤에 믿음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갖 종류의 성적인 죄와 방종으로 가정과 사회가 오염되고 타락해 가고 있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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